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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달러구트 꿈백화점 이미예 장편소설 첨가물 0.00% 순수 힐링 판타지 '주문하신 꿈이 준비되었어요'

보고톡톡 2021. 9. 2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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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Lucid dream)을 경험해본 일이 다들 한 번쯤 있지 않을까 싶다. '자각몽', 이건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꿈을 꾸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게 쉬울 것 같기도 한데, 루시드 드림을 경험하는 것은 은근히 보기 드문 일이라고 한다. 현실과 꿈 사이의 간격이 꽤 멀리 확연히 벌어져 있어서일까.


오래전이지만 나도 루시드 드리머가 되어본 적이 있다. 누구나 알만한 유명 여배우가 절친인 것 마냥 살갑게 다가와서는 인사하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 게 아닌가. 무채색 배경이었다. 분명 카페였고, 나는 스트로를 입에 꼭 물고 맛이 느껴지지 않는 어떤 음료를 마시며 여배우의 눈을 바라보며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꿈인 줄 인지하고 있어서였는지 내 말투나 손짓에는 거침이 없었다. 대화는 길게 가지 않았다. 그리고 깼다.

개꿈? 주말 아침이었는데, 다시 같은 꿈을 꾸고 싶어서는 이불속에서 한참 동안 뒤척이다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1년만에 손에 쥐었다


꿈을 소재로 한 한편의 예쁜 동화 같은 소설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화학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순수하디 순수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베스트셀러
2020.07.10 초판 1쇄 | 2021.08.04 596쇄 발행
펴낸 곳 팩토리나인

2020년 7월 첫 출간된 소설. 그간 인터넷서점을 오갈 때마다 아주 계속해서 눈에 띄는 작품이었는데, 이유 없이 외면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거의 1년 만에 선택한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대한 독서 소감 겸 소개말을 풀어본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나 '스포' 같은 건 저작권을 침해할 염려가 있기에 삼갈 생각이다.

꿈 백화점으로 초대합니다. 원하는 꿈을 사전예약하시면 편리합니다.


달러구트는 '꿈 백화점'의 대표다.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페니'라는 이름의 스물대여섯쯤 될 것 같은 취업준비생이다.

배경은 '꿈의 도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페니가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이 꿈의 도시인데, 이곳은 수면에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는 산업이 발달한 도시이다. 그러니까 여긴 현실세계라고 할 수 없는 공간인 셈이다. 이 마을에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입장할 수 있지만 그전에 전제조건이 한 가지 있다. 이곳에는 누구든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하다.

달콤한 꿈을 기대하지만 그런 기억 거의 없음. 주문 1순위 Sweet Dreams&nbsp;


이 도시에 방문한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이렇게 얘기하니 마치 관광지 얘기 같다) 온갖 종류의 꿈을 판매하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범고래가 되는 꿈'
'부모님으로 일주일간 살아보는 꿈'
'우주를 유영하며 지구를 바라보는 꿈'
'역사 속 인물과 티타임을 가지는 꿈'
'난임 부부의 세 쌍둥이 태몽'

여러분이 이 '꿈 백화점'에 입장한 손님이라면 이 중 어떤 꿈을 관심을 갖고 구입하게 될지 모르겠다. 역사 속 인물과 티타임을 가지는 꿈은 꽤 매력적일 것 같다.

꿈제작자라면 만들 수 있는 꿈의 종류에 끝이 없을 듯 싶다.&nbsp;


이런 독특한 부류의 꿈도 있겠지만, '몰디브에서 모히또 마시며 휴가 보내는 꿈'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 '하늘을 나는 꿈' 등 각양각색의 꿈들이 5층 건물인 꿈백화점의 층층이 자리 잡고 손님을 기다린다. 이곳은 긴 잠을 자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짧은 낮잠을 자는 사람들과 동물들로 매일매일 대성황을 이룬다.

주인공 페니는 이 도시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꿈의 직장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신입직원 모집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하게 되고, 대표인 달러구트와의 일대일 면접을 당당히 통과하며 채용된다. 이게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삽시간에 읽히는 298페이지 분량의 길지 않은 판타지 소설이다. 읽는 도중 이따금씩 해리포터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내용이 비슷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세세한 상상력이 닮았다고 해야 할까.

해리포터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돋보이는 상상력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저자 이미예 작가는 부산대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으며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로 첫 소설을 발표한 뒤 성공적으로 펀딩을 종료했다고 한다. 읽어보니 이 프로젝트 펀딩이 성공할만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다르게 이 판타지 소설에는 어마 무시한 마법을 구사하는 히어로, 괴물이나 마법사와 같은 인물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호그와트와 같은 신비로운 곳이긴 한데, 그렇게 웅장할 것만 같은 곳은 아니다. 지극히 사람 냄새 폴폴 풍기는 등장인물들로 꾸며진 공간이며, 따뜻한 공간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다.

소설의 전반에 걸쳐 깨알 같은 소품과도 같은 인물이나 공간 묘사 등이 있어 소개하고 싶지만 저작권을 고려해 생략한다. 이미예 님은 부러울 정도로 매력적인 상상력을 소유한 작가라고 여겨진다. 이런 소설, 언젠가 써보고 싶었던 그런 글인 것만 같다. 언젠가는 꼭.

하늘에 떠있는 구름, 아니 드림


잠들면 꾸는 '꿈'과 우리가 원하는 '꿈'은 한글로도 영어로도 모두 동음이의어 형식이다. 꿈과 드림(Dream) 말이다.

서두에 오래전 자각몽 경험을 얘기하면서 '개꿈' 얘기를 했는데, 꿈이란 걸 그저 현실성 없는 판타지로만 설명하기엔 우리가 꿈(자면서 꾸는)에 연루된 바가 꽤 큰 것 같다.

너무나 열렬히 원하는 일에 대해 자주 상상하다 보면 꿈에서도 그 일이 생생히 나오듯, 꿈은 우리들 바람의 결과를 '미리 보기'할 수 있는 시간이자 장소가 된다. 때로는 훈훈한 이야기를 담은 위로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하지 말았어야 했을 일에 대한 후회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어떨 땐 트라우마를 반복 재생시키는 몹쓸 영화관이 되기도 한다.

꿈 백화점에 방문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독수리는 어떤 꿈을 꿀까.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우리와 '꿈' 그리고 또 다른 '꿈'간에는 분명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에 대한 이야기로 꾸며진 힐링 판타지이다.
복잡하게 설정된 갈등관계나 큰 사건, 사고 없이도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전개했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쓸데없이 부자연스러운 교훈이나 '억지 감동'을 삽입하지 않아서 더욱 거부감 없이 몰입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무척 따뜻하고, 참 기발하다.

꿈꾸는 일을 계속해야 할 이유, 힌트는 꿈 백화점에서 찾아보세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2'도 출간된 걸 봤는데 읽어볼 수밖에 없겠다. 1편을 손에 쥐기까지 걸린 1년보다는 훨씬 더 빠른 시일 내에 2편을 주문하게 될 것 같다. 2편엔 또 어떤 꿈 이야기가 전개될지 무척 궁금하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잇는 신비로운 틈새, 기분좋은 상상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대한 서평과 소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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