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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갤러웨이 교수 신간 <거대한 가속>이 제시하는 변화와 기회

보고톡톡 2021. 10. 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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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 1964-)는 브랜드 전략과 트렌드 예측 분야의 전문가로 불리고 있는 소위 요즘 '핫한' 인물이다. 현재 뉴욕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9개 정도의 회사를 창립하는데 관여한 미국의 기업가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Scott Galloway 교수의 저서가 있는데, 3년전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플랫폼 제국의 미래(원제 : The Four: The Hidden DNA of Amazon, Apple, Facebook, and Google)라는 책이다. 근래 트렌드 예측과 관련된 책을 보다 보면 그의 저술에 대한 언급이 종종 등장할 만큼 이 분야에서 그의 인사이트가 점점 높이 평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스콧 갤러웨이 교수가 내놓은 신간 '거대한 가속(원제 : Post Corona : From crisis to Opportunity)'에 대해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올해 10월 출판되었지만 원서는 작년에 발행되었다.

소개 순서
1. 전작 '플랫폼 제국의 미래'와 다른 점
2. '거대한 가속' 대처법
3. 맺음말

거대한 가속/옮긴이 박선령/펴낸 곳 리더스북/한국어 초판 발행 2021.10.05

1. 스콧 갤러웨이 교수의 <플랫폼 제국의 미래>와 신간  <거대한 가속>의 차이점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미래가 10년은 더 빨리 찾아왔다고들 말한다. 물론 체감적인 시간 가속 현상이라고 해야겠다. 저자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미래가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과 경쟁 생태계에서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으로 그의 저술을 시작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거대 디지털 빅4라고 불리는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의 독점적 경쟁우위가 더욱 고착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그의 논점은 전작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흘러간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그가 이야기하는 '거대한 가속'이라는 현상은 매우 부정적인 비즈니스 역학관계를 가져온다는 뉘앙스로 표현되고 있다. 인류가 경제적으로 유래없이 굉장한 번영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강자의 약자에 대한 수탈이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체제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을 분석한 스콧 갤러웨이 교수의 전작 '플랫폼 제국의 미래'


전작에서 스콧 갤러웨이 교수가 플랫폼 기업들을 비난하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신간에서 그의 관심은 'So What'으로 옮겨져 있다. 이쯤에서 책의 내용을 일부 인용한다.

<거대한 가속, 224 페이지 中>
우리가 성과주의, 혹은 성과주의라고 여기는 것의 문제점은 다들 억만장자는 그런 성공을 누릴 자격이 있고, 그들을 우상화해야 한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혁신가들을 숭배하는 바람에 그들은 자신에게 혜택을 안겨주는 구조적 이점과 행운을 깨닫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는 약간의 행운만 있으면 나도 저들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다.

혁신기업들의 성공을 무비판적으로 맹신하지 말라


많은 기업가들과 일반인들이 아마존의 성공 방정식과도 같은 플라이휠(Flywheel) 원리를 마치 기존에 없던 신개념 혁신이론인 것 마냥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제프 베이조스의 지갑 두께가 세계를 넘어 우주로 날아오르는 일에 감탄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배아픈 사람들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국 정부에게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라고 수취인불명의 이메일을 보내는 것 말고는 그들이 따로 할 수 있는 일은 없겠다.

저자는 코로나 이후 자본주의는 새로운 카스트 제도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더 큰 격차를 보이고있다고 말한다. 누군가 디지털 빅4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한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가 아니란 얘기다.

저자는 ‘독점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때늦은 산소 공급’ 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승자 독식의 체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 이제 각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외에는 없어보이는데, 이 마저도 옳지 않다는 것일까. 코로나 이후 비즈니스 환경은 일찍 혁신을 일궈내지 못한 기업들에게는 결국 비극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스콧 갤로웨이의 전작과 더불어 이 책에 높은 평가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거대 디지털 빅4에 대한 찬양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치부에 대해 저자가 내놓는 날카로운 지적에 있다.

2. '거대한 가속'이 붙어 성큼 다가온 미래, 우리가 대처해야할 방법은 무엇일까.

마음이 급한 독자라면 이 부분에서 다소 답답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소수 특권층이 기득권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모두가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손쉬운 해답은 없을테니까.
이 때 미국의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 경험하고 있는 양극화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다. 그들이 왜 성장했는지 혹은 왜 내리막을 탔는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MS와 디지털 빅 4(Facebook, Amazon, Apple, Google)까지 5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팬데믹이 미국을 강타하던 2020년 중반 무려 1조 1천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애플은 2020년 8월 미국 증시 사상 최초로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것은 그해 3월 코로나 확산 정점기로부터 불과 5개월만에 달성한 일인데, 애플이 과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42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상할 수 없는 가속이 붙은 셈이다.
모두 이렇게 해피한 상황은 아니었다. 코카콜라, 3M, 엑손 모빌과 같은 미국의 전통적인 우량 기업들의 시총은 같은 기간 5천 억 달러가 증발했고 여행업, 항공 운수업, 호텔, 리조트 및 카지노 업종의 주가는 같은 기간 50~70 퍼센트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업종의 차이가 가져온 결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스콧 갤러웨이는 여기에 몇가지 인사이트를 더한다. 그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전략 스펙트럼을 바꾸는 '과잉 수정', 가치와 개인 정보의 교환 관점에서의 '개인 정보의 프리미엄화', 비용 및 지출구조의 유동성 관점에서의 '자본의 경량화'까지, 이 세가지가 가능한 기업은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필요성을 역설한다.

OTT(Over The Top media service) 분야의 강자로 나선 넷플릭스에 맞서 이 분야의 전통적 강자 월트디즈니컴퍼니가 대응해온 전략, 유통계의 공룡 아마존닷컴의 득세에도 월마트가 생존을 넘어 성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 세가지가 교묘히 녹아들어가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이 있다는 얘기다. 여행산업이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끄떡없이 생존하고 있는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기회를 찾는 기업인이라면 저자가 강조하는 생존을 위한 변화 전략에 대해 귀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3. 맺음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비즈니스 판도 변화에 대한 조언 외에도 고등교육의 변화 방향에 대한 조망, 공공 시스템의 역할과 기대점을 이번 신간에 비중있게 포함시켰다.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다양한 사회적 혼란도 조망한다. 개인은 빅테크 기업들의 성공 신화에 대한 무비판적 맹신에서 벗어날 것을 여러차례  강조한다. 미래 유망 기업, 분야에 대한 저자의 식견도 더해졌다.

어쩌면 미래 비즈니스 환경과 기회에 대한 궁금증과 답답함을 해소하지 못한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될 수도 있다. 단, '저자의 시선을 따라 미래를 내다보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라고 평가하고 싶다.

한편으로는(개인적인 투자관점에서) 평소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 MS나 디지털 빅4의 미래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애착과 기대를 갖게 된다. 저자가   그들의 성공신화를 맹신하지 말라고 계속해서 강조했지만 막상 책을 읽고나니 이들 거대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높아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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