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by 앙드레 코스톨라니 투자총서1
주가(株價)를 만들어내는 동인(動因)은 무엇인가. 경제학에서든 현실 경제에서든 가장 기본적인 원리 한 가지가 있는데 이를 잊고 지나칠 때가 많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주가의 흐름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더 급박함을 느끼는가 안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어느 회사의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급하게 이를 사들이려고 하고, 반대로 이 주식의 소유자가 느긋한 상태에서 주식을 팔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면 이 종목의 주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유럽 증권계의 전설이자 '위대한 유산'이라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 Andre Kostolany(1906-1999)의 저술은 바로 이 가장 기본적인 주가의 동인(動因)에 대한 언급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모든 주식 투자 이론은 거기에서 세워졌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특정 기업의 이익이나 재무적 상태 변화, 정치적 상황, 산업동향 등과 전혀 다른 곡선을 그리는 주가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이 기본적인 경제원리를 계속해서 상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지은이 앙드레 코스톨라니
옮긴이 김재경
펴낸 곳 미래의창
주식 투자에 성공하려면 좋은 종목을 사두고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받은 뒤 푹 잠이 들어 몇 년 동안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듣거나 보지 말아야 한다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조언은 우스갯소리 같지만 일정 부분 꽤 공감이 간다. 사실 이 말은 시장에 대한 낙관주의에 기반한다. 세상은, 경제는 계속해서 앞으로 위로 전진해갈까. 역사를 돌아보면 장기적으로 세상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일보 전진을 반복해왔다는 데 이견을 내놓을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방법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때로는 그 낙관적인 흐름을 막는 장애물이 무엇일지 예측해야 할 것이며, 자신이 그 흐름과 동떨어진 포지션에서 일희일비하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돈 + 심리 = 추세
이것은 주식시장의 중기적인 경향을 설명하기 위해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제시한 공식이다. 돈과 심리, 시장의 이 두 가지 요인이 동조현상을 갖는다는 게 핵심일 것 같다. 시중에 돈이 넘치면 주가는 홀대받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예측이지만 중기적인 관점에서(저자는 9~12개월로 표현함) 시중의 유동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위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논평이나 전망이 뒤따르며 주가의 상승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시중에 돈이 부족한 상황, 즉 돈이 부정적일 경우 투자심리도 9~12개월의 기간을 거쳐 부정적으로 변해가게 되며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이나 매체들이 시장의 폭락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이 공식이 시장의 중기적 흐름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 시장의 추세를 만들어내는 것은 돈과 심리라는 것에 의견을 같이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이나 중앙은행의 금리 조절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의 내용을 스킵하고서라도 그가 내놓는 '주식시장에서의 대중 심리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설명은 솔깃하다. 우리의 투자에서 이것만큼 중요한 팩터가 또 있을까. 그의 저술에 따르면 개인과 집단의 일정 상황에서의 반응은 예측할 수 없지만, 대중심리적인 반응이 얼마나 격렬한지와 대략적인 시기 정도는 경험 많은 주식투자자라면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증권 심리학'을 다룬 챕터는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약 60 페이지)을 할애할 정도로 돈과 심리의 관계를 비중 있게 소개하고 있는 부분이다.
제목부터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80년 경력의 증권계 거목 故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셀 수 없을 경험과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집필했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통해 이를 자세히, 깊이 있게 살펴보길 추천한다.
이 책이 세상에 너무나 널리 잘 알려진 투자 기본서이자 바이블이다 보니, 책의 말미에 소개된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투자자를 위한 10가지 권고 사항과 금기 사항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접해봤을 것이다. 기록해두고 자주 상기하고 싶은 내용이다.
투자자를 위한 10가지 권고 사항
1. 매입 시기라고 생각되면 어느 업종의 주식을 매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라.
2.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충분한 돈을 가지고 행동하라.
3. 모든 일이 생각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반드시 인내하라.
4. 확신이 있으면, 강하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여라.
5. 유연하게 행동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6.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 즉시 팔아라.
7. 때때로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리스트를 보고 지금이라도 역시 샀을 것인지 검토하라.
8. 대단한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을 경우에만 사라.
9. 계속해서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역시 항상 염두에 두라.
10. 자신의 주장이 옳더라도 겸손하라.
Kostolany의 10가지 금기 사항에 대해서도 책을 통해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주식투자를 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말도 전해주고 싶다. 유럽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책의 서두에 건넨 '부자가 되는 확실한 방법'에 대한 3가지 선택지이다.
(1) 부유한 배우자를 만난다.
(2)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갖는다.
(3) 투자한다.
그렇다. "투자해야 한다. 좀 더 일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