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00일] 나는야 슈퍼스타
본문 바로가기
T's history

[D-1600일] 나는야 슈퍼스타

by 보고톡톡 2021. 7. 24.
반응형
728x170

누군가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금요일에 요구하거나 부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금요일은 우리를 호의적이고 상냥하게 만든다. 한 주 피로의 누적으로 귀 밑 턱근육이며 굽은 경추, 어깨 성한 곳 하나 없겠으나 마음은 이미 주말로 여행을 떠나는 중이다.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지난 7월 20일 자신이 설립한 회사 블루 오리진의 로켓에 올라 고도 100 킬로미터 우주 경계선을 넘어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New Shepard lifts off from Launch Site One in West Texas with four humans on board.(July 20, 2021)

New Shepard lifts off, image source=Blue Origin

After a clean separation from the propulsion module, the New Shepard capsule descends to a gentle landing in the West Texas desert.

New Shepard capsule descends, image source=Blue Origin


단 10분간의 우주 여행을 위해, 그것도 이륙부터 착륙까지 10분, '돈잔치'를 벌였다는 삐딱한 시선도 있지만 입꼬리나 팔꿈치를 그렇게 배배 꼬아 본들 살림살이 나아질 게 없다. 제프 베이조스는 그야말로 슈퍼스타다.

Blue Origin Founder, Jeff Bezos, celebrates a successful first human flight.(July 20, 2021)

Jeff Bezos celebrates, image source=Blue Origin


베이조스는 우주여행을, 나는 주말로 여행을 떠나는 건가. 모두의 움직임이 분주한 금요일 퇴근길 이 와중에 나는 나만의 슈퍼스타를 응원하고 있다.

프랑스 래뱅 에비앙 리조트 클럽에서 진행중인 LPGA 투어 2021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대한민국의 이정은6 선수가 메이저대회 코스 레코드에 도전하고 있다.

2021,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2R 결과, 이미지 출처=LPGA


이대로만 계속하면 메이저대회 한 라운드 최저타 기록 10 언더파 혹은 그 이상의 기록도 넘볼 수 있을 것 같다.

슈퍼스타의 플레이며 모션 하나 하나 까지 일거수일투족 열광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이보다 더 이상할 것이 없는 행위인 것만 같다. 보는 이에게 무엇이 득이 된단 말인가. 물론 그로부터 얻는 희열감이랄까 대리만족감은 끝내준다. 달콤하다. 하지만 그 뒤에 허무함이 엄습하기 십상이다.

왜 그럴까. 말 그대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슈퍼스타에게 나는, 나에게 슈퍼스타는 그저 남이니까.

운 좋게도 막힘없는 금요일 퇴근길을 뚫고 귀가에 '성공'했다. 이제 방송 화면으로 나의 슈퍼스타를 볼 수 있다.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더군다나 나의 슈퍼스타는 오늘 완전히 미쳤다.

2021,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2R 이정은6 스코어, 이미지 출처=LPGA


2021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2라운드 결과, 이 날만 10 언더파 합계 15 언더파를 기록하며 이정은6 Jeongeun Lee6선수가 선두로 '날아' 올랐다. 골프란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오늘을 즐기자. 미친 날이다.

이정은6의 캐디 David Buhai의 2R 후 인터뷰, 이미지 출처=LPGA


더군다나 허무하지 않다. 나와 관계없는 일이 아니어서다. 나만의 슈퍼스타는 연예인도 아이돌 idol도 아니다. 나의 영감 inspiration의 원천이니까. 음.. 원천 중 하나라고 해두자.

언젠가 아내가 나에게 해준 아주 고맙고 기분 좋은 얘기들이 있다. 마음에 정성스럽게 담아놓고 있는 이른바 '아내의 어록'이다.
"오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기운 난다"
많지만 한 가지 더 쓰자. 이것도 배배 꼬아 듣진 말아달라.
"매일 출근하는 거 정말 대단하고 고마워"
이래서 아내는 '진정한 나의 슈퍼스타'다.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도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건가. 그렇더라.

우린 매우 용기 있는 자들이다. 정신없이 빗발쳐오는 '일 폭탄'을 끌어안고도 냉정함과 이성, 본인만의 루틴을 잃지 않는다. 갖은 고뇌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다가도 다음 날 새벽 혹은 아침이면 어김없이 그 자리를 향해 출발하는 이들 '회사원'. 벗어나고 싶지만 참고 있는 이들 더군다나 이들은 내일 더 나아지길 꿈꾼다. 나도 그렇다. 우리도 슈퍼스타다.

최소한 누군가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우리는 슈퍼스타란 말이다. 잊지 말자고 눈을 깜빡여봤다.

이렇게 'D-1600일' 중 하루를 또 마쳐가고 있다. 짧게라도 홈 트레이닝으로 무뎌진 근육들의 긴장감을 조여줘야겠다. 이정은6 선수의 피지컬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게 TV 중계화면을 통해 확연히 나타나더라. 꾸준함이 그만큼 중요한가 보다. 나도 오늘로 5일째 연속해서 트레이닝 중이다. 나름 슈퍼스타의 하루는 이렇게 끝.

'D-1600일' 마치 '직딩일기'와도 같은 이 글은 계획한 그날이 올 무렵까지 틈틈이 계속될 거다. 그날을 앞둔 이들과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

반응형

태그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