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00일]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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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00일] 여름나기

by 보고톡톡 2021.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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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두루뭉술하게 지내왔는지도 모르겠다. 말이나 행동이 분명하지 않고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려가며 나이를 먹었다는 얘기다. 직장 동료, 후배 그리고 상사들을 가족같이 때로는 마치 형님, 동생인 것 마냥 여기며 일을 맡기고 또 받아왔다.

D-1600일 #3 여름나기 ⓒ보고톡톡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족 같은 직장을 꾸려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다 큰코다치기 시작했다.

세대를 구분하는 용어는 늘, 좀처럼 입에 붙지 않는다. 실상 인국통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세대 분류 용어와 정의는 문화권이나 나라, 정의하는 기관들마다 다른 것 같더라. 그 와중에 미국의 한 유명한 통계 연구기관은 뚝심있게 이렇게 나눠놓았다.

△사일런트 세대(~1945년생)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 △X세대(1965~1980년생)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Z세대(1997년생~)로 세대를 구분한다. (출처=PewResearchCenter, 2018년)

여기에 더해서 요즘 언론 매체나 각종 책이며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MZ세대(1981~2010년생)'는 밀레니얼 세대(M)와 Z세대의 합성어인데, 2021년 현재 나이 대략 12세부터 41세 정도를 지칭하는 셈이다.

MZ세대의 특성, 출처=신한카드


이들이 현재 문화나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세대라는데, 그 연령 범위가 너무 넓다. 섭섭하게도 그 넓은 와중에 '나'는 쏙 빼먹었다.

나는 주축이 아니더란 말이냐.

회사에 있으면서 '세대차이'를 운운하면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요즘 애들은 말이야~' 이런 말 함부로 하면 성대모사에 능한 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MZ 세대가 중요시한다는 '워라밸'은 MZ가 아닌 나에게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추구하는 '사고의 자유'는 내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며, 그들이 싫어한다는 '사생활 간섭'은 나 역시 질색이다. '실속'과 '편리' 또한 이들만의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다.

이래선 나이도, 일도 MZ가 될 수 없다 ⓒ보고톡톡


실속과 편리가 우선이어서일까. 요즘은 회사에서도 원 One 페이지 보고를 장려하고 첨부에 첨부를 끼워 넣는 행위는 구태의 전형으로 여긴다. 어느 글로벌 컴퍼니에서는 아예 PPT 보고서를 금지하는 경우도 보았다. 충분히 공감하며 동참하고 있다.

그래도 보고하고 작성할 건 해야 한다. 두서없는 이야기만으로 일의 요지를 설명하려는 것은 어느 특정 세대의 특징이 아니라 그냥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다.

워라밸을 위해서는 잘드는 가위가 필요하다 ⓒ보고톡톡


일의 경계선 이른바 R&R(Roll and Responsibillity)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만큼은 세대 간 격차가 확연해 보인다. 거부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래 다수가 경계선 상의 일에 대해 '네 거', '내 거', '사각지대'로 3선을 잘 긋는다. 그래야 일이 쉽고 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다.

헌데 사각지대에 있는 일도 어찌 되었든 이뤄져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역할을 만들 것이며,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고 때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또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D-1600일, 멈춰있는 D데이 같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습관상 날이 더워도 에어컨을 그다지 자주 가동하는 편은 아닌데 어느 때부터인가 에어컨 '풀가동'이 필요해졌다. 보통 더위가 아니다. 어릴 적엔 선풍기 하나 갖고도 여름 나기가 거뜬했는데 더위 탓인지 나이 탓인지 모르겠다.

주말 오후 한때 에어컨을 '흥청망청' 풀가동하고 있다가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 아내가 건넨 장난 반 진담 반은 이랬다. "재벌이야?"

이미지 갈무리,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papatonybear


SK 최태원 회장의 최근 인스타그램이 떠오른다. 재벌 회장님도 치실 길게 뽑아썼다고 꾸중을 듣는데, 내가 잘못했네. 했어.

이내 아내가 에어컨 바람에 얹어 선풍기를 틀었다. 에어컨 바람이 집안 곳곳 잘 흘러들어 가는 기분이 든다. 집안 저 멀리 에어컨 사각지대까지 말이다. 우리 집 선풍기 두대 중 하나는 목받침의 수명이 다했지만 아내의 재치 있는 응급처치로 현재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무더운 더위, 에어컨이 당연할지언정 선풍기의 역할은 아직 남아있는 듯하다.

불볓더위, '선풍기로부터 영감을' ⓒ보고톡톡


'D-1600일' 마치 '직딩일기'와도 같은 이 글은 계획한 그날이 올 무렵까지 틈틈이 계속될 거다. 그날을 앞둔 이들과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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