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대한 꽤 솔직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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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대한 꽤 솔직한 이야기

by 보고톡톡 2022.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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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목차)
1 도입(CVS가 불편하면 어떡해)
2 소설 《불편한 편의점》 줄거리와 플롯
3 편의점과 잡담 혹은 수다


1

아내와 토요일 빵집 데이트 가는 길 편의점에 들렀다. 누군가 스톱워치를 들고서 초를 재는 것도 아닌데, 편의점에 들어가 물품을 계산하고 나오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30초에 불과했다. 넉넉 잡아도 1분은 넘지 않았을 거다.

빵집 데이트에 갈 때 종종 지참하는 건 책이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기 전 아내가 책을 권해달라기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책장에서 꺼내 주고 나는 오늘 e-Book에 <불편한 편의점>을 담아왔다.
그래서 괜히 편의점 얘기로 운을 뗐다.

불편한 편의점이라니. 편의점이 불편하면 어떡해... '망하겠지?'

그런데 김호연 작가가 창작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장사가 아주 잘되고 있는 듯하다. 2021년 Yes24 '올해의 책', 밀리의 서재 '올해의 오디오북'을 수상하고 여태 베스트셀러로 영업 중이다.
이 불편한 편의점만의 특별한 영업 노하우가 따로 있는 것일까. CVS와 상반되는 단어 '불편한'이라는 형용사는 왜 붙여둔 것일까.


2

이 소설은.. 일단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뤘다. 편의점이란 곳이 밤낮 가리지 않고 수시로 여러 인간 군상들이 들락날락하는 곳 아니겠는가. 이곳도 그렇다. 그러니 이곳이 장소는 좁아도 소설을 위해 뽑아낼 소재의 분량은 적지 않은 꽤 똘똘한 배경이라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은 편의점의 야간 시간대를 지키는 정체 모를 중년의 야간 알바다. 이 자는 알코올성 치매로 자신의 본명도 기억하지 못한다. 스토리를 채우는 인물은 대략 열명 이내로 추릴 수 있다.

음.. 츤데레 같은 공시생 알바, 어깨에 가장의 무게를 잔뜩 짊어진 40대 중반의 영업사원, 다 늙은 철부지 아들을 둔 전직 역사교사 출신인 할머니 (편의점) 사장님에 이르기까지 여러 연령대의 인물들이 각각 흘려보내고 있는 인생의 한 꼭지에 대한 이야기에 눈을 뗄 수 없더라.

그래도 이 이야기의 플롯 중 핵심은 이 야간 알바의 정체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본다. 어떤 비밀스러운 과거를 품은 사람 같긴 한데 정체를 알 수 없다. 하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이뤄지는 스토리 탓에 작가가 알려주지 않으면 독자가 그 내막을 알 길이 없다.
처음엔 이 중년의 사내가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유를 그저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즉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한 채 읽었는데 도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이 야간 알바는 작가의 '신비주의' 설정 탓에 평소 말수도 없고 말을 더듬기까지 한다. 그러니 이 사내가 먼저 누군가와의 대화에 스스로 끼어들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손님들 특히 유독 혼술 취객과의 토크에는 다른 자세를 보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읽는 이들 대부분은 점차 그가 이 편의점에서 일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될 것이다.. 모두가 불편하게 여길 수밖에 없도록 생겨먹은 이 사내는 밤새 편의점에서 기다려야 할 '무언가'가 있었던 모양새다. 마치 사뮈엘 베켓의 연극 'Wating for Godot(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할 것이다.

 


3

불편한 편의점과 연관된 이야기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잡담으로 짧은 글감을 연장해본다.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는 일. 이제 우리 모두 3년 차에 접어들었다. 1년 차엔 마스크 재고 수준을 걱정했다. 2년 차엔 입가에 피부 트러블로 힘들었다. 3년 차가 되니 마스크가 아주 조금 편하다.
입꼬리를 상대에게 들키지 않아서 좋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편하다. 숨은 조금 막히고 갑갑해도 불현듯 남의 입냄새를 맡지 않아도 돼서 좋다. 이래저래.. 마스크가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만드는데 특효약이었던 것일까.

대부분 편의점이 불편하던 아님 편하던 별 상관하지 않을 것 같다. 편의점에서 소비하는 물품 범주도 그리 넓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상품이 어디 놓여있는지도 이미 알만하다. 괜히 디스플레이 위치를 자주 바꾸면 그제야 불편함이 생겨날 수 있는 곳이 편의점이다. 담배를 구입할 때 아니고선 입을 열 필요조차 없는 곳이 편의점이다.

 

그냥 가까운 곳에 있음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도 있겠다. 편의점과 대화


그런데 묘하게 이끌린다.
내가 꼽는 <불편한 편의점>의 첫 번째 매력은 해본 적 없지만 친근하게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으로 이끌려가는 것이다. 불편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그리고 또 한 가지 친절에 대해 떠올려봤다.

'"모두가 매일 자신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 거야. 아닌척해도 모두가 고통스럽지. 그러니까 우리.. 서로에게 친절하자"
누군가 이런 얘길 거창하게 하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대부분 눈을 흐리멍덩하게 뜨고 '그래서 뭐'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혹은 여기저기서 실실 비웃음이 새어 나올 것 같다.

이건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의도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비슷한 얘길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비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나만의 해석이다. 강요하지는 않겠다.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대한 꽤 솔직한 이야기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대한 꽤 솔직한 이야기


여기까지, 기분 좋고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을 소개했다.'끝'
발행일 2021년 04월 20일, 펴낸 곳 나무옆의자


<표지의 말>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 있다!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위로하는 편의점의 밤
정체불명의 알바로부터 시작된 웃음과 감동의 나비효과
「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의 '동네 이야기'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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