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CEO로서 15년간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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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CEO로서 15년간 배운 것들

by 보고톡톡 2020.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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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밥 아이거 Robert Allen Bob Iger, 이 분은 15년 간 월트디즈니컴퍼니의 회장직을 수행한 인물입니다. 매스컴을 통해 올 해 2020년 초 그가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의 CEO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최고경영자 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내년 말까지는 디즈니의 이사회의 의장직을 유지해 디즈니와의 인연을 이어갈 계획인가 봅니다. 

 

여기 로버트 아이거가 직접 쓴 책이 있습니다. 한국어판 제목은 《디즈니만이 하는 것》 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번역서들이 갖고 있는 한국어판 제목에 의아해하는 경우가 잦은 편입니다. 왜 한국어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에 대해 책을 모두 읽고난 후 생각해봐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뭐, 중요한 건 아닙니다.

 

아무튼 원제는 《The Ride of a Lifetime: Lessons Learned from 15 Years as CEO of the Walt Disney Company》 입니다. 아이거가 CEO 자리에서 퇴임한 것이 올 해 2월경이었으니 아마도 그가 퇴임을 준비하면서 쓴 책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사실 그의 퇴임이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지긴 했어요. 워낙 오랜 기간 디즈니를 이끌어오기도 했고 여러차례 사임의사를 밝히면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을 뿐더러 디즈니플러스를 론칭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해서죠.

 

 

The Ride Of A LIFETIME · 디즈니만이 하는 것

· 지은이 : 로버트 밥 아이거(1951~)

· 옮긴이 : 안진환

· 최초 발행일 : 2019년 9월 23일

· 한국어 초판 발행일 : 2020년 5월 4일

 

빌 게이츠, 추천의 말

I think anyone would enjoy this book, whether they're looking for business insights or just want a good read by a humble guy who rose up the corporate ladder to successfully run one of the biggest companies in the world.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갖기 원하는 사람이든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들 중 하나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한 겸손한 사람의 좋은 책을 읽기 원하는 사람이든 그 누구나 이 책을 즐길 수 있을 것 입니다."

 


로버트 아이거의 이 책을 저희 회사 대표이사님께 추천합니다.


 책의 초반부터 시선을 끕니다.

(23페이지) 기업의 시스템은 종종 지나칠 정도로 CEO를 분리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나는 우리 회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된다고 결심했다. 

 

사실 글로벌 컴퍼니의 CEO들이 쓴 다수의 경영서적들을 봐왔지만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자신이 수행해온 업무상 경험과 CEO가 되기까지의 이력 그리고 최고경영자가 된 이후의 이력들을 상세하게 소개한 경우는 처음 접합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희소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책입니다.

 

아이거 스스로가 책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이 책의 핵심주제는 '리더십' 입니다. 아이거가 생각하는 리더십의 방향과 핵심전략에 대해 벤치마킹 해 볼 의향이 있는 누구에게나 추천할만 한 이 책은 세 네 시간이면 편하고 쉽게 읽어볼 수 있습니다. 

 

■ 본인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할만 합니다. 

한국어판 본문 기준으로 총 398 페이지 분량으로, Part1 '배우다(Learning)'의 첫 장은 「바닥에서 시작하다」 입니다. 일단 로버트 밥 아이거(이하 아이거)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는 아니었더라구요. 아버지는 독서광이자 해군 참전용사로 와튼스쿨 마케팅 전공, 여러 광고대행사를 이직해가며 근무, 자유주의적 정치성향을 갖고 있었다고 해요. 특이한 점은 그의 아버지가 조울병 진단을 받았었다는 점이구요. 그의 어머니는 그가 고등학교 진학시까지 전업주부로 있다가 중학교 도서관 사서로 취직해 일했다고 합니다. 그의 표현을 빌어 '그저 그런 집안의 장남'이었다고 합니다.

 

https://youtu.be/094GIaEB6sw

<밥 아이거의 CEO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영상> 

 

1974년 7월 1일, ABC TV 스튜디오의 스태프로 그가 본격적인 회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벤트 현장에서 심부름일 부터 시작한 셈이구요. 말단에서부터 시작한 그가 2005년 월트디즈니컴퍼니라는 글로벌 컴퍼니의 회장직에 오르기까지의 믿기 어려운 인생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그런 성공 스토리가 가능한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희망적이죠? 단, 오해하면 안됩니다. 그의 성공적인 인생 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억지스런 감동을 받게끔 강요하는 책이 아니니까요.

 

책의 첫 파트는 '배우다(Learning)'에서 시작하며, 두번째 파트는 '이끌다(Leading)' 입니다. 그가 바닥에서부터 시행착오를 거치며 몸과 마음에 새긴 철학이 큰 조직의 리더의 시선으로 자리를 옮겨 중요한 '원칙'로 정립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 될 것 입니다.

 


이 책의 핵심주제는 리더십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내용을 꼽으라면 아이거가 디즈니의 CEO가 된 직후인 2006년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Pixar)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부문에서의 절대 강자로서 명성을 쌓아온 회사였죠. 그 역사에는 '백설공주'나 '라이온킹'과 같은 고전적 스토리들이 있었던 셈이구요. 하지만 그가 CEO가 될 무렵 디즈니는 꽤 오랜 기간 흥행 부진을 기록하며 주가 하락과 더불어 실망스런 행보의 시기를 겪습니다.

 

<픽사 브랜드 로고>

 

아이거는 디즈니의 애니매이션 스튜디오를 재건하는 대신 이미 성공한 애니매이션 제작사인 Pixar를 인수하기로 결정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Pixar의 CEO는 우리가 잘 아는 애플(Apple)의 공동 창립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 였습니다. 책의 중간 스티브 잡스가 튀어나오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참고로 Iger와 Steve는 동갑내기 였다고 해요. 처음부터는 아니지만 이후 그들은 '절친'과 같은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보이구요. 아무튼 아이거는 스티브 잡스의 Pixar를 인수하기 위한 조직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우여곡절 그리고 스티브와의 긴 협상과정을 거쳐 그의 CEO로서의 성공적인 첫 단추를 꿰냅니다. 그런데 이 인수합병을 발표하기 30분 전 스티브가 아이거에게 한 가지 비밀을 건냅니다. 자신의 완치되었던 췌장암이 얼마 전 재발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리고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뀐다면 Pixar 인수를 철회해도 좋다고 말했다는군요(이로부터 5년 뒤인 2011년 스티브는 세상을 떠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Disney의 Pixar 인수는 당시 위태로운 촛불과 같았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최첨단의 것으로 재 탄생 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이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돋보인 것은 바로 그가 보인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리더십과 기업 인수에 대한 직감 그리고 판단력 입니다. 그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대부분 기업들은 기업 인수 합병 시 그 인수 대상을 단순히 유형자산이나 제조자산 혹은 지적재산권으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인수하는 것은 다름아닌 바로 '사람들' 이라는 것이죠. 그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에서 기업의 가치는 바로 '사람'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그가 Pixar를 인수하기로 확고히 마음 먹은 이유 또한 바로 '사람'과 '창의적 조직'에 있었던 셈입니다. 디즈니가 가진 과거의 명성에 대한 추억에 빠져 '변화'를 꺼려했던 이사회의 반대를 '찬성'으로 이끌어낸 그의 행보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또한 CEO 부임 초기 자칫 자신이 직접 애니매이션 사업 부문을 재건하겠다는 자존심을 버리고, (이미)훌륭하게 조직된 기업을 인수해냄으로서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낸 판단력 또한 관심을 끄는 대목입니다.  

 


밥 아이거가 말하는 기업경영의 3가지 핵심전략은?


정답은 그는 그런 것을 제시하지 '않았다' 입니다.

 

매우 공감이 가는 이 책 396페이지의 글을 인용합니다.

이런 책의 지면을 빌어 나의 재임 기간 중에 디즈니가 이룬 모든 성공이 내가 처음에 제시한 비전을 완벽하게 실행에 옮긴 결과인 것처럼 으스대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예컨데 다른 무엇보다 3가지 핵심전략에 집중한 것이 지금의 디즈니를 만든 것임을 처음부터 알았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 <중략> ... 진실은 이렇다. 나는 CEO로서 회사를 이끌기 위해 미래 계획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뿐이다.

 

아이거는 Pixar 인수 후에도 디즈니의 기업가치를 높이며 글로벌 디즈니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다양한 행보를 보입니다. 픽사에 이어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는 데에도 직접적인 관여를 하게되죠.  

 

<콘텐츠 왕국 디즈니의 부활을 이끌다>

 

 

아이거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한 내용을 뒤돌아 보자면, 그는 여러가지 실행을 해왔을 뿐이며 미리 정해진 절대적인 '리더십 원칙'에 따라 행동해왔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거기에 '경험'이 있었고 '멘토'가 있었으며 그의 '확신'과 '직관'이 있었을 따름입니다. 그는 그 직관이 특정한 리더십의 자질로 형성된 것은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었다고 솔직한 어조로 이야기 합니다.

 

여기 몇 가지 기억해두고 싶은 그의 '말'을 기록해둡니다. 자세한 맥락은 책을 직접 읽어보며 보다 구체적으로 경험하시기를 권합니다.

 

■ (실수가 있었다해도) 사람을 존중하라.

이 것은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라는 것도 아니며, 실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을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정서적으로 일관되고 공정하게 대우하며, 특히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에게 두번째 기회를 준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느끼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여러가지 정황상 사람, 조직 구성원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탁월함과 공정함이 상호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

그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추구해야 하는 완벽주의는 없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평범함을 거부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의 '완벽추구'의 핵심입니다. 완벽을 위해 노력하되, 지나치게 제품에만 집착하다가 정작 중요한 사람을 놓치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그는 권고합니다.

 

소위 리더의 자리에 앉아 계시는 분들에게 뜨끔하게 여겨질 법한 조언도 잊지 않습니다.

 

리더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것이다.

늘 신경을 쓰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 바로 그 것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들어주고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리더의 직무라고 말합니다. 회의 때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조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한 경고인 셈입니다. '디테일은 실무진이 잘 수행하면 된다. 그러니 결론만 말하라.' 이 것은 리더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남에게 전가하는 '직무태만' 이란 것을 경고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탭니다. 

 

<디즈니+의 시작을 이끌다>

 

 리더는 숙제를 해야 한다.

매사 모든 결정에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올바른 결정인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모형을 만들어보지도 않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의사결정은 리스크를 수반할 수 밖에 없으며, 그 리스크를 감수할 지 말지에 대한 결정은 결국 리더의 직감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숙제를 남에게 미루는 리더들이 보기엔 매우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처음부터 이 글에 그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자세히 다뤄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앞으로 하게 될 '책 소개'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구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ABC방송의 말단 스태프로 '직장'이란 곳에 발을 디딘 후 글로벌 컴퍼니의 수장이 되어 회사를 이끌어 오기까지 한 인물의 총 46년에 달하는 입지전적인 조직 생활 경험과 조언을 들어보는 것은 매우 즐겁고 가치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디즈니에 대한 제 관심은 디즈니플러스 출범 이후 디즈니 주가의 향방 그리고 그에 앞서 격화되어 가는 디지털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 경쟁의 향방에 있긴 합니다. 또한 그간 디즈니 테마파트 부문을 경영해온 밥 차펙이 CEO를 맡아 펼치게 될 콘텐츠왕국 디즈니의 미래도 궁금해지는군요. 여기까지 보고톡톡이었습니다. 성큼 다가온 날씨 참 좋은 가을, 읽기 편하게 잘 쓴 책 한 권을 추천해드렸습니다. 다음엔 더 유익한 스토리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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