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260억 달러(2020년 12월현재)를 넘어선 거대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 기업 넷플릭스. 그 시작은 1997년이었습니다. 당시 '우편 DVD대여' 라는 사업모델을 가진 작은 스타트업이 이제 글로벌 콘텐츠 왕국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시총에 근접하고 있습니다요. <같은 시점 기준 디즈니의 시총 약 2,783억 달러>
먼 미래는 고사하고 당장 내일 모레 일도 장담하기 어렵죠. 넷플릭스가 우리 시장에 들어온 2016~17년 무렵만 해도 넷플릭스가 이 정도일 줄은 상상 못했어요. (제 경우 사실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시청한 것도 최근 부터 였다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파급력은 누구든 인지하는 부분이니 생략하죠.
얼마전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의 이야기를 담은 책 <규칙없음, No Rules Rules>을 접했는데 오늘 소개해볼까 합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급격한 성장 원동력으로서 차별화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한 '인재'를 꼽더군요. 사실 창의적 인재가 모든 기업의 성장 동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 두어번 말하면 잔소리 같을테죠.
넷플릭스 왜 잘나가나. 필요없는 인재를 회사 밖으로 잘내보내서?
리드 헤이스팅스와 이 책의 공동저자 에린 마이어 교수는 '인재밀도'에 대한 내용을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합니다. 인재 밀도를 높인다는 말의 의미는 쉽게 말해 회사의 인력을 탁월한 인재들로만 채운다는 것인데요.
다소 와닿기 어려운 얘기. 누구나, 어느 채용담당자든 채용을 결정할 당시엔 인재라고 판단을 내린 뒤 입사 합격통보를 할 테니까요. 하지만 일단 입사한 뒤에, 알고 보니 '고문관 혹은 구멍' 이더라도 뭘 어찌 할 수 있겠어요. 맘에 안든다고 무작정 해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에린 마이어 교수는 넷플릭스의 전세계 임직원 중 약 200여 명 그리고 CEO 리드 헤이스팅스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넷플릭스인재중심의 기업문화 구축 방식을 설명합니다.
1. 인재를 채용한다. 업계 최고의 연봉을 주고서라도 모셔온다.
2. 인재들만 모아서, 인재 밀도를 높인다.
3. 인재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성과를 높인다.
4. 회사는 이들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규칙과 규정을 없애고 대신 권한을 준다.
짝짝짝! 어찌 보면 너무 쉬워서 지금이라도 당장 넷플릭스가 아니라 내플릭스(MYFLIX)를 창업해야겠다 싶은데요. 이런 이상적인 인적자원관리가 가능하긴 할까요.
일단 최고의 대우로 인재를 데려오면 그들이 더욱 성과를 낼테니 수익 일부를 미리 투자한다 셈 치고 돈 좀 더 쓰면 되겠죠. 각종 규정을 없애고 자율과 권한을 넘겨줘도 직원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있어야 할 겁니다. 채용한 뒤 알고보니 미꾸라지 마냥 회사 물을 흐려놓는다 그럼 퇴직금 두둑히 주고 자발적으로 퇴사하도록 설득해야 고용노동부 감독관에게 왔다 갔다하는 번거러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구요.
가능하긴 하겠네요. 그런데 어디 그게 말처럼 쉽기만 하던가요. 가능한지 여부는 차치하고 무엇보다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할 겁니다. '인재밀도'가 기업과 조직에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믿음 말입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특수한 상황과 환경에서의 직접 경험을 토대로 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닷컴버블이 무너지던 2001년. 넷플릭스 역시 회사 존립의 기로에서 직원 중 3분의 1을 해고하는 무거운 결정을 내리기에 이릅니다. 가족처럼 함께 일해온 직원들 중 누구를 해고할지 그리고 옆에 있는 동료와 나 중 누가 해고될지 몰라 서로 눈치만 보던 상황이 있었다고하는데요.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성과평가에 기초해 정리해고를 단행, 직원 수를 120명에서 80명으로 1/3 감축시킨 넷플릭스. 그 이후로 회사의 근로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싹 바뀌었다고 합니다. 보다 의욕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으로 변모해갔다는 건데요. 그런 탓인지 매출도 급성장 해갔습니다(2002년 1억 5천만불에서 7년만에 약 17억불로 10배 이상의 성장).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던걸까요?
"가족 같은 기업문화여서 늘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가끔 들어본 얘기일 겁니다.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주고, 말 그대로 과장님은 친형같고 팀장님은 삼촌같고 동료들은 친구같이 일한다는 말이죠. 누구 한 사람이 업무능력이 다소 모자라더라도 리더가 선 굵게 이끌어주고 서로 서로 협력하는 근로 환경이 조성된다면, 어떤 조직이든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기업은 가족이 아닌 프로축구팀과 같은 곳입니다."
리드 헤이스팅스의 이야기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직원이 있을 경우 기업문화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인데, 그 파급은 잘하던 인재들의 하향평준화를 유발한다는 논리입니다.
거기다 더해, 잘하든 못하든 모든 직원들이 성과를 공유하게 될 경우 근로의욕이 저해될 수 밖에 없다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문제는 모든 기업이 그걸 알면서도 근로기준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 못하는' 직원들까지 '하드캐리'한다는 것인데요.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를 굉장히 잘못된 관행이라고 평가합니다. 한 술 더해 기업의 재무상황이 악화될 때 기업들이 일시금을 제시하며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것 또한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이 경우 뛰어난 직원들이 우선적으로 이탈하게 된다는 어조로 말이죠. 즉 리드 헤이스팅스는 돈을 더 챙겨주더라도 '일 못하는 직원'을 우선적으로 해고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너무 냉정한 사고방식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죠. 우리 노사문화 풍토에선 그런 과감한 인사해고를 이행하기도 쉽지만 않습니다. 제 경우 거대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에서 근무하다보니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구요. 하지만 리드 헤이스팅스의 이야기에 충분히 일리가 있다는 점 또한 많이 공감하실 겁니다.
모든 직원들이 탁월한 인재라면 좋을 것이다. 모든 직원들이 해고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을 것이다. 하지만 둘다 충족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전자를 선택했다.
넷플릭스에서는 입사하는 시점부터 직원들에게 성과가 안좋을 경우 또는 실격 사유가 있을 경우 해고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킨다고 합니다. 입사자들 역시 이런 기업문화에 대한 거부감 보다는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건 문화적 환경에서 비롯하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넷플릭스는 과감한 인사방침을 바탕으로 인재밀도를 높이면서 한편으로는 이 탁월한 인재들에게 무한한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하는데요. 근무시간, 휴가라든지 비용집행 등에 있어서의 자율적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이죠. 말 그대로 규칙을 없애는 규칙(No Rules Rules)을 시행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규칙 없이 자율권을 부여했으나 이를 이용해 편법이나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비도덕적 행위가 드러날 시 가차없는 해고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구조입니다. 실무자가 업무상 가장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신속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보고 및 결재선을 없애고 스스로 의사결정권자가 되도록 한다는 거죠.
이런게 우리가 상상해온 이상적인 근무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전혀 공감하지 않는 분들도 다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를 지나치게 이상적인 방침이며 현실성 측면에서의 물음표가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할 듯 해요.
넷플릭스가 어떻게 그런 이상적인 인력 운영방식과 조직 문화를 형성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 <규칙없음>을 통해 보다 상세히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보다 흥미롭게 접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탁월한 인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노동환경 측면에서는 여러가지 생각의 여지를 남겨둡니다. 피고용자의 생존 문제와 직결될 수 있는 일을 고용자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듯한 '이런 소재의 책을 봐서 뭐하나' 라는 회의감도 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의해 언젠가(조만간) 대체될 거라는 경고장과도 같은 불편한 미래 예측으로 인해 가뜩이나 마음 한켠이 불편하고 가려운데, 탁월한 인재만을 요구하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가 우리 모두의 호응을 얻긴 어렵겠다는 지레짐작도 해봅니다. 정서적으로도 쉽지만 않은 환경일 것 같아요.
과연 기업에는 탁월한 인재만 필요할까요. 인재 여부를 틀림없이 걸러낼 수 있는 필터가 존재하지 않기에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나누긴 힘들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고용주나 인사권자 각자 나름의 잣대로 평가를 진행할텐데, 극단적인 경우 직원을 평가할 때 실패와 실수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또한 각각의 경우 어떻게 달리 평가 및 처우해야할지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탁월하지 못하다고 모두 해고할 수는 없습니다. 과연 몇 사람이나 남길 수 있겠어요.
탁월하지 않은 지극히 평범하거나 부족한 역량의 인재에 대해 고용주 입장에서의 올바른 피드백 방식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방식은 문화나 국가 혹은 기업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요. 이는 얼마나 직설적으로 혹은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가를 의미하는건데요. 본인이 소속한 상황별로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지 도출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부정적인 상대에게 있어서의 절대적 표준 피드백 방법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톱다운 말고 거꾸로, 가령 여러분이 소속한 곳은 대표님에게 대표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해가며 피드백해야 할텐데 말이에요.
넷플릭스가 추구한다는 규칙없음. 과연 어떻게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 책 <규칙없음, No Rules Rules> 추천해드리겠구요. 오늘은 이쯤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유익하셨다면 좋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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