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우도면을 이루는 섬인 우도 牛島로 첫 여행을 떠나봤습니다. 제주에 여러 차례 오갔지만 우도행은 처음이라 어제저녁부터 우도에 대해 요리조리 알아보기 시작했는데요. 생각해보니 제가 처음인 것이 참 많은 사람이더라고요.
성산 일출봉 남쪽 바다 앞에 있는 섬 우도는 성산포에서 3.8km 밖에 되지 않는 지척에 있습니다. 여객선으로 10분이면 닿을 거리입니다. 섬의 면적은 6.18㎢, 해안선 길이는 17km로 제주도의 63개 부속도서 가운데 가장 큰 섬이라고 하는군요.
어제 잠들기 전, 우도행 배타는 곳과 배 시간 그리고 차량 승선 규정에 대해 먼저 알아봤는데요.
○ 우도로 가는 여객선은 성산항에서 출발합니다.
성산항포구 여객터미널로 찾아가면 우도 주차장이 있습니다. 건물로 된 곳이어서 뜨거운 해를 피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곳에 주차를 하면 되겠네요.
○ 우도행 여객선에 렌터카 승선은 2017년 8월 부터 제한되고 있습니다. 단, 만 6세 이하 영유아 동반 시, 임산부나 65세 이상 대중교통 이용 어려운 경우 및 섬에서 1박 이상 체류할 경우에는 렌터카 승선이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 성산항 우도주차장의 주차요금 참고하세요.
·최초 30분 : 무료
·45분까지 : 1,000원
·이후 초과 15분마다 : 500원
·당일 최대 주차요금 : 8,000원
·경차는 최대 50% 감면 혜택
·주차요금이 징수 시간 : 오전 8시~ 오후 7시
○ 매표소로 가기전 승선신고서를 왕복 2장을 작성한 뒤 매표할 때 제출하며 이때 신분증 지참은 필수입니다.
○ 우도행 배시간과 승선요금
성산항에서 우도로 출발하는 배편은 우도에 있는 두 곳의 목적항 중 하나를 택해서 승선해야 합니다. 천진항과 하우목동항 두 곳인데요. 두 곳으로 가는 배가 따로 운행됩니다.
우도행 승선선박은 총 8척이 운행되고 있더군요. 배편은 약 30분 간격으로 출발합니다. 천진항 가는 페리와 하우목동항으로 가는 페리가 번갈아 출발합니다. 30분 간격이라 대기하는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제가 매표를 하자마자 먼저 출발을 알리는 페리는 천진항이었습니다.
우도 입도 승선 및 입장요금은 성인 기준 왕복 10,500원입니다. 제주도민의 경우 신분증 제출하면 무료로 승선이 되더군요. 우도행 배 타는 곳으로 나가보니 곧 페리가 나타났습니다. 승선할 때에는 승선권과 신분증을 함께 제시해야합니다.
배를 타 본 경험을 손에 꼽을 정도여서 아직도 이렇게 배만 보면 카메라를 들이대는 습성이 있습니다. 서울 촌놈이 따로 없습니다. 우도까지 안전하게 '나를 모셔다오'라고 나직이 읊어봅니다. 겁도 많아요. 배에 올라 2층 여객실로 들어가니 냉방이 잘 돼있어 아주 쾌적했고 마침 궁금했던 올림픽 여자골프 3라운드 중계방송을 TV로 볼 수 있어 어찌나 반갑던지요.
매표할 때 받아 든 우도 해양도립공원 안내문을 펼쳐봤습니다. 출발한 성산항에서 천진항까지 거리는 2.2km, 하우목동항까지는 3.6km 거리입니다. 짧지요. 천진항까지 도착하는데 10분이 걸렸는데 체감 시간은 그보다 짧았던 것 같습니다.
우도로 가는 페리 안에서 아내와 나눈 대화 주제는 우도에 입도한 뒤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전동 자전거나 스쿠터, 전기차 렌트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더군요. 결국엔 그냥 우도 해안도로 순환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전동차나 스쿠터 이용 후기를 살펴보니 약간의 흠집만으로도 약 28만 원가량 수리비를 지불했다는 글들이 종종 보이더군요. 괜히 기분 상할 소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데로 성산항에서 우도까지 도착하는데 약 10분이 소요됐습니다. 우도의 모습이 가까워오니 처음 만나는데도 얼마나 반갑던지요. 소가 누워있는 모습처럼 생겼다 해서 '우도 牛島'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위에서 보는 게 아니니 알 도리가 없군요. 천진항에서 하선한 뒤 잠시 걸어 나오니 동천진동항이 나옵니다. 바로 앞에 '우도 해녀 항일운동 기념비'가 맞이해줍니다.
'우도해녀 항일운동 기념비'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잠시 걸어가면 우도 해안도로 순환버스 매표소가 나옵니다. 우도 버스 매표소에서 버스 티켓을 성인 1인 6,000원에 구입하면 우도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습니다. 간혹 해안도로 순환버스가 아닌 마을 안 버스를 타서 당황했다는 분들이 계시는데 혼동하지 마시길요.
우도 순환버스는 우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순환 운행합니다. 홀수날은 오른쪽 방향으로, 짝수날은 왼쪽 방향으로 운행하고 있고요. 이 날은 짝수날이어서 왼쪽 서빈 백사장 방면으로 우도를 한 바퀴 돌게 됩니다. 시간 관계없이 각 정류장마다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있으며 버스 운행간격은 약 30분마다 배차됩니다. 다만 제가 지켜보니 인파가 많을 때는 버스가 10분에 한 대씩 다니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순환 버스를 타고 출발하기까지 약 10분가량 대기했나 봅니다. 버스 기사님이 오셔서 출발. 첫 정류장인 '산호사 물코' 정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이곳에 '서빈백사'가 있습니다. 서빈백사는 2004년에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되었으며 이런 하얀 모래사장은 우도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도에 입도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들러보는 해변이기도 합니다.
서빈백사로 걸어내려 갔습니다. 정말로 하얀 백사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서빈백사에는 하얀 '홍조단괴 해빈'이 있는데, 이는 우도와 성산 사이에서 자란 홍조단괴가 밀려와 쌓인 바닷가를 의미합니다.
홍조단괴는 붉은색을 띠는 석회조류인 홍조류가 둥글게 뭉쳐 자라난 것이고요. 제주 우도의 홍조단괴 해빈을 이루는 퇴적물 대부분은 홍조단괴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계적으로도 바닷가 퇴적물이 홍조단괴로만 이루어진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해변에서 노니는 모습이 정겨워 보이긴 하는데 저희 부부는 오늘 발이 불편합니다. 정확하게는 아내가 엊그제 발을 다쳐 물에 발을 담글 수 없는 상태였거든요. 아내 핑계를 대며 서빈백사를 눈으로만 예쁘게 즐겼습니다.
순환버스를 타다 운이 좋으면 친절하게도 제주와 우도에 대해 상냥한 설명까지 곁들여주시는 기사님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기사님 얘기로는 제주에 최장수 해녀 할머니는 95세라고 하시더군요. 아직도 현역으로 물질을 하고 계실 정도로 허리도 꼿꼿하고 정정하시다는데요. 타고나신 것 같다고 합니다. 대단하시죠 참. 거기에 덧대어 기사님 하시는 말씀이 해녀분들의 연 수입이 최저 5천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가량 된답니다. 남편분들이 편해질 수 있다며 입도를 권하시더군요.
서빈백사를 보기 위해 '산호사 물코'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길 따라가다 보니 하우목동항 까지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걷다 보면 스쿠터나 전동 자전거, 전기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여행 중인 이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우도 도보 여행 시 항상 뒤를 주의하면서 걸으시길 바랍니다. 간혹 굉장히 난폭한 운전자들을 만날 수도 있거든요.
하우목동항에서 다시 순환버스를 기다렸다가 올라타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가게들이 많이 있는 '전흘동광장' 정류장에서 다시 내렸습니다. 정류장 간 간격이 짧아서 금방 금방 도착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엔 날씨만 선선하다면 걸어서도 우도 일주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과욕일까요. 아무튼 전흘동광장에서 내려 미리 알아봐 둔 수제 햄버거 가게를 찾아가기 위해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열어봤습니다. 3분 정도 걸어야 하겠군요.
바로 이곳입니다. '하하호호 HAHA HOHO'라는 이름의 수제 햄버거 맛집인데요. 우도의 특산물인 마늘과 땅콩 등을 사용해 다양한 버거를 맛볼 수 있는 곳인데요. 오픈한지는 오래된 것 같고 우도 외에도 월정리 점도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아무튼 인기 있는 곳이랍니다.
·상호명 : 하하호호 HAHA HOHO
·주소 : 제주 제주시 우도면 우도 해안길 532 하하호호
·영업시간 : 매일 11:00~17:30 연중무휴
·주 메뉴 : 구좌마늘버거, 우도땅콩버거, 딱새우버거
·계절별 마감시간이 다를 수 있으니 인스타그램 공지 참고
·단체석, 주차, 포장, 반려동물 동반
식당으로 들어서니 상호명인 '하하호호' 마냥 일하는 직원들의 표정에도 미소가 가득합니다. 웨이팅이 긴 편인데 친절하게 응대하니 기다림이 가혹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게 내부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데요. 벽면에 붙은 방문 메모들을 보니 참 많은 이들이 다녀간 것 같습니다. 믿을 만하겠어요.
역시 운이 좋은 저희 부부는 좋은 자리, 바다 뷰 테이블로 안내받았습니다. 천정을 바라보니 벽면에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 참 분위기 있게 느껴집니다. 저희 바로 앞 손님은 맨 구석 코너 자리로 안내받았는데 이것도 참 복입니다. 식사가 나왔는데 모양이 참 만족스럽습니다. 저희 부부는 허니문 때부터 수제 버거를 굉장히 즐기는 편이었거든요.
푸짐하니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이런 종류의 수제버거는 참 예쁘게 먹기란 어려운 음식인 것 같습니다. 모두 분해해서 포크로 골고루 찍어먹어야 하니까요. 분해한 모습은 차마 생략하고 예쁜 모습만 남깁니다. 버거를 맛있게 즐기고 '우도땅콩아이스크림'까지 먹어주는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푸른 하늘, 바다를 바라보며 이렇게 호사를 즐깁니다 그려.
아주 만족스러웠던 '하하호호'를 나선 뒤 다시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전흘동해녀탈의장' 정류장으로 걸어갔습니다. 여기저기 모두 둘러봐도 우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오후 1시가 넘어가니 이제 해가 가장 뜨거워질 시간인가 봅니다. 오랜만에 땀을 굉장히 많이 흘린 날이었어요. 시원한 순환버스에 올라타고 '하고수동해수욕장'으로 가서 내렸습니다. 이곳에 쉬어갈 만한 카페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미리 검색해서 알아봐 둔 카페는 따로 있었는데 지나가다 보니 전동 스쿠터들이 잔뜩 모여있는 것을 보고 피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지나가다 만난 사람이 없어 보이는 다른 카페로 망설임 없이 입장했습니다.
바다를 마주 보고 있는 카페였는데 이곳에 앉아 한참을 쉬었나 봅니다. 정확하게 바로잡으면 아내는 한참을 쉬고, 저는 블로그 포스트를 작성했나 봅니다. 이곳에서 바깥 바다와 하늘을 마주하고 눈을 감으면 몇 시간이라도 잠들 수 있겠더군요. 천혜향 주스와 청귤 주스를 주문해서 마셨는데 마실만 했습니다. 이름도 어려운 카페 '유점디점오 1'을 나서서 다시 순환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앞서 만났던 정겨운 기사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검멀레 버스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우도 8경 중 하나인 '후해 석벽'을 보기 위해서였죠. '검멀레'가 뭔지 아냐고 기사님이 물어보길래 자신 있게 '검은 벌레'가 아니냐고 답했더니 절반은 맞았답니다. 검멀레는 검은 모레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입니다. 모레를 '멀레'라고 하는 거죠. 하나 더 알려주십니다. 제주에서 고구마는 '감자'라고 부른답니다. 그럼 감자는 뭐라고 부르냐고 물으니 '지슬'이라는군요. 참 어렵습니다.
이곳이 우도 8경 중 하나인 후해 석벽입니다. 높이 20여 미터, 폭 30여 미터의 쇠머리오름 기암절벽으로 가지런하게 단층을 이루고 있는 석벽이 직각으로 절벽을 이루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순환버스 기사님 말씀이 저 멀리 보이는 석벽이 고릴라가 바나나 들고 먹는 모습과 닮았다고 합니다. 감성이 있다면 그리 보일 거라고 합니다. 정말 그렇게 보이지 않나요?
아쉽게도 후해 석벽을 마지막으로 우도 여행을 마치기로 결정했습니다. 중간 중간 앉아서 지체한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벌써 우도에서 6시간 반을 넘게 보냈나 봅니다. 우도는 반 나절 여행코스로는 부족하지 싶습니다. 다음 제주 여행때는 우도에서 최소 1박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후해석벽을 뒤로하고 우향우 했더니 햇살이 기다렸다는 듯이 쏘아옵니다. 정말 뜨거운 날이었습니다.
다시 검멀레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더위를 식힐 겸 '우도 왕자'라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한라봉 아이스크림'을 골라잡았습니다. 블로그 시작한 뒤로 이런 사진 찍는 게 참 익숙해졌습니다.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햇살이 강해서 사진에 초점이 엇나갔는지 식별하기도 불가했습니다. 어질 어질.
한라봉 아이스크림을 한 술 뜨자마자 순환버스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재빠르게 아이스크림을 마셔버리고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우도에서 탄 순환버스 중 가장 대형버스였는데, 크기만큼이나 냉방도 굉장히 '빵빵'했습니다. 입안도 버스 안도 굉장히 시원하게 탈바꿈한 순간으로 기억합니다. 좋았어요. 검멀레에서 천진항 버스정류장까지는 금방이었습니다. 성산항으로 돌아갈 배도 천진항에 이미 대기 중이었고요. 우도에서 나가는 길이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이제껏 제주를 다녀갈 때 늘 3박 4일 내외의 짧은 일정이었기에 우도에 입도해볼 생각을 못해봤거든요. 하지만 이번 제주 여행에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우도 당일치기 여행도 상당히 매력 있다는 점이었어요. 다음 제주 여행 올 땐 꼭 우도에서 1박 이상 하기로 마음먹게 되었고요. 사람들이 왜 '우도' '우도' 하는지 알게 된 하루였어요. 성산항에 도착해서 주차한 차를 찾으니 주차한 시간이 총 7시간 8분이더군요. 순환버스를 이용했기 때문인지 많은 이정표를 남기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 우도 첫 여행을 매듭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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