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드v페라리(FORD v FERRARI)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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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드v페라리(FORD v FERRARI) 감상 포인트

by 보고톡톡 2020.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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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영화관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영화를 찾아보기 좋은 채널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KT TV를 이용 중인데, 매달 KT TV쿠폰 1만원권이 제공되더라구요. 이 쿠폰을 이용해 집에서 만나 본 영화는 포드v페라리 였습니다. 이 영화는 지난 2019년 12월에 상영된 미국 액션물이며, 러닝타임은 152분입니다. 마션(The Martian, 2015)과 제이슨 본(Jason Bourne, 2016)으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맷 데이먼, 천의 얼굴을 가진 남자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 역할로 잘 알려진 크리스찬 베일 두 사람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입니다.

포드v페라리 (Ford v Ferrari, 2019) 포스터

 


영화 속 시선 1 :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포드(FORD)


차와 뗄래야 뗄 수 없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보닛을 열면 언제나 한없이 작아지는 차알못인 저에게도 한 때 로망이 있었으니, 바로 리얼 수퍼카, 포드GT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교통체증에 속도방지턱에.. 일단 좁디 좁은 이 나라에서 굳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지만 600마력이 넘는 그런 수퍼카를 몰아보는 건 현대차만 타온 제게 늘 드림 같은 것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만들어낸 차는 바로 포드GT40이라는 모델이죠. 이 차로 FORD는 1966년 르망24시라는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을 합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 FORD는 이 르망24 우승을 기념하며 지금의 포드GT를 출시하기에 이르릅니다. 영화의 배경 시점은 바로 그 1960대. 당시 매출 부진에 따른 방안을 모색하던 포드가 유럽 카메이커들의 전유물과 같았던 스포츠카레이싱에 도전합니다.

 

주인공은 두 사람입니다. Matt Damon(캐롤셸비역)과 Christian Bale(켄마일스역)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남자배우 중 두 사람으로 실화를 기반으로 했기에 이 둘의 실존 인물이 있었을 터, 찾아보니 바로 이런 모습이었군요. 영화 엔딩 직전에 소개되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좌) 켄 마일스 우) 캐롤 셸비

영화는 엔진 굉음을 매우 현장감 있게 들려줍니다. 레이싱 과정에 꽤 긴 시간을 할애했지만 지루한 감이 없었던 걸 보면 몰입도는 매우 높았다 할 수 있구요. 멋진 스포츠카들이 돋보이는 영화가 그 배경이 1960년대라면.. 우리의 자랑, 현대차가 최초의 독자 생산차량인 포니(PONY)를 내놓으며 이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것이 1975년경이었음을 떠올릴 때 실로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차량 개발 역사를 말이죠.

 

사실 포니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이야 검색포탈에 '포니'를 검색하면 메이크업아티스트 포니(본명 박혜민)가 최상단에 뜨지만, 그 시절 한국인들에게 포니는 요즘말로 정말 '핫태'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포니의 엔진이나 미션과 같은 파워트레인은 모두 수입품이었지만요.

 

좌측이 캐롤셸비, 우측이 켄마일스 입니다.

영화 속 포드는 페라리를 인수하려다 실패하고 난 후 페라리보다 빠른 레이싱카를 만들겠다면서 용을 씁니다. 기업가 정신이랄까요. 모두가 인정하는 명차를 한땀한땀 만드는 장인정신의 페라리 vs. 자본주의의 대명사 포드. 1900년대초 그 태생 때부터 대량생산을 통한 자동차의 대중화를 모티브로 생산성에 지극히 치중했던 포드의 기업정신 포디즘은 우리 대부분이 어릴적 교과서에서 많이 접해본 내용입니다. 영화 초반부 헨리포드 2세가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가동을 중단시키곤 작업자들에게 생산성과 회사에 대한 헌신을 강요하는 장면이 있는데, 왠지 제가 그 작업자들이 된 것 마냥 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시선2. 열정 vs. 탐욕


영화를 보는 사람마다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는 제 각각 다를 터.. 영화 속 두 남자 중 제게 인상적이었던 이는 마일스가 아닌 셸비였습니다. 맷데이먼을 더 좋아하는 제 개인적 팬심이 보태졌다는 걸 부정은 못하겠습니다.

 

포드가 가장 빠른 레이싱카를 만들기 위해 영입한 두 사람, 셸비와 마일스. 정확하게 말하면 셸비는 포드에서 정성들여 모신 사람이고, 마일스는 셸비 덕에 영입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셸비는 르망24에서 우승한 최초의 미국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꽤나 성공한 사람의 모습이지만, 마일스는 경제적으로 매우 무능한 가장이자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고 든든한 아내의 마음을 얻었을까 싶을 정도로 무모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으로 비춰집니다. 그런 이유로 저에게 셸비가 더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바로 영화 속 셸비의 상황이랄까 고민들이 제가 가진 생각들과 더 닯아 있었기 때문이죠.

 

영화 속 FORD사의 부사장은 최고의  레이서인 켄마일스를 레이싱에서 배제시키려고 갖은 모략을 펼친다

두 사람이 포드의 르망24 우승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그 결과물에 다가가기까지 과정이 순조로웠다면 영화가 아니겠죠?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레이스와 자동차에 대한 열정, 그리고 두 사람 특유의 케미를 통해 여러가지 에로사항들을 부단히 극복해가며 그 프로젝트의 성공에 성큼 성큼 다가갑니다. 둘의 순조로운 우승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고용주라 할 수 있는 FORD 였습니다. 이 두 사람이 페라리와 야무지게 싸울 줄 알았던 관객들은 아마 극 중반부터 이 포드社의 부사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겁니다.

 

이게 레이스에서 이기라는 것인지, 말라는 건지 혼란스럽습니다. 레이스카인 GT40의 개발과 더불어 레이서로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마일스를 시종일관 레이싱팀에서 배제시키려고 노력을 하는 부사장 레오비브, 그의 관점에서 볼 때 어쩌면 그런 야비한 행동은 비즈니스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카레이서가 아닌 기업의 임원이었고, 이 레이싱을 통해 포드의 대중에 대한 이미지,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마일스는 그에겐 부적합한 존재였던 셈이죠. 셸비와 마일스는 과연 레오비브의 탐욕과 훼방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들의 레이스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영화 속 시선3 : 7,000RPM 그 언저리엔 무엇이 있을까


FORD GT40

르망24시(The 24 hours of Le Mans)라는 대회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프랑스 르망에서 개최되며, 24시간을 달리는 레이스입니다. 레이스가 펼쳐지는 코스는 총 13.5km 정도의 시골길을 포함한 트랙이라고 합니다. 13.5킬로를 24시간동안 계속 레이싱하는거죠. 차량의 내구성을 평가하고 뽐내기엔 꽤 훌륭한 컨셉의 대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끔찍하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도 문득 떠오릅니다.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일상을 견뎌내며 매주, 매일, 매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네 일상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구나. 영화를 보는 도중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조금 먹먹해지는 기분도 들었어요.

 

영화 초반 셸비의 나레이션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불특정 다수 관객들 앞에 던져지는데, 제 경우엔 영화 말미에 이르기까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 보다 '너는 왜 달리니?'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셸비에게는 '너는 왜 포드의 제안을 수락했니? 돈 때문이었니 아님 열정, 승부욕이었니?'라는 질문을 던졌고, 마일스에겐 그야말로 '너는 왜 달리니?'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되더군요.

 

앞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영화를 감상하던 내내 저에겐 셸비라는 인물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왠지 모를 공감과 응원을 하게됐습니다. 보통 소속된 조직 안에 개인은 자신이 아무리 뛰어나고 능력을 갖춰 인정을 받더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있게 마련이죠. 이런 저런 역경 속에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셸비의 모습에 대한 공감 같은 게 작동했던 것이죠.

 

영화의 엔딩 즈음 마일스의 나레이션이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셸비의 나레이션에 대한 답이었을까요? 

7,000 RPM 그 부근에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
차가 무게를 잃고 사라지는 것 같은
남는 건 시공을 가로지르는 몸 뿐

그는 단지 고속의 순간에서 느끼는 희열에 집착하는 스피드광이었을까요? 그가 레이스에서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소소하게는 켄마일스의 아들 역할을 맡은 노아 주프라는 아역의 연기도 꽤 훌륭했고, 이상형은 아닙니다만 저런 아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배우자상'을 보여준 카트리나 밸프라는 배우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카레이싱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지만 매우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영화, 억지스러운 전개가 없어서 보기 편했습니다. 큰 사건 사고 없이도 몰입감 있게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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