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움츠러든 일상이지만 날이 좋아서, 모처럼 하늘이 맑아서 그리고 일요일이니까. 어디로든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요즘 부지런함의 증거는 바로 마스크 입니다. 아침 8시10분부터 약국 앞에 줄을서 9시15분에 공적마스크를 수령했습니다.
아내와 마스크를 두 개씩 사이좋게 나눠, 새 마스크를 장착한 후 어디론가 떠나기로 했습니다. 저는 남산돈까스를, 아내는 당진에 왜목마을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답은 왜목마을이겠죠?
왜목마을로 가는 길
평택화성간고속도로를 지나니 어느덧 서해대교를 마주했습니다. 서해대교에 오르자마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일요일 오후가 바람타고 다가오더라구요. 왜목마을로 향하는 길이 상당히 순조로와서 마음도 너무 가벼웠던거 있죠.
송악톨게이트를 통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로 35킬로쯤 더 달렸나봅니다. 드디어 바다가 가까워 보입니다. 이 나라 땅덩어리가 좁다지만 바다 보기가 왜이리 어려운 걸까요. 아마도 발이 무겁고 마음이 가볍지 못해서 그런가봅니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이 너무 반갑더라구요.
목적지에 도착하니 우선 허기가 지더라구요. 저는 회국수와 회덮밥을, 아내는 따뜻한 음식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미리 찾아둔 칼국수집으로 아내를 데려가기로 정했습니다. 저는 꽤 싹싹한 남편인 것 같습니다. 늦은 아침겸 점심은 이 집에서 해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해오름해물칼국수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 141-1
문의: 041-358-5468
영업: 매일 08:30~20:30
식당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홀을 가득채운 사람들로 매우 북적대는 곳이더라구요. 입구부터 손님들의 신발들이 매우 무질서하게 흩뿌려진 듯한 모습을 보고 조금 눈쌀을 지푸리며 25개쯤 되는 테이블 중 겨우 한 자리 남은 테이블을 차지했습니다. 손님 회전이 매우 빠른 곳이었습니다.
해물칼국수와 열무보리밥이 맛있는 곳 입니다. 여기선 그냥 해물칼국수+열무보리밥을 주문하는게 정답인 것 같아요. 주문한지 정확히 3분 만에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역시 손님 회전 빠른 곳은 이런게 좋습니다. 지역 맛집들은 손님이 많다보니 음식 내오는 속도도 무척 빠르게 숙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칼국수가 무르 익기전 보리밥 한술, 역시 비빔밥은 참기름 맛인가봐요. 어디서 맛보더라도 실패하기 힘든 메뉴 아니겠어요? 어지간한 남자들이면 세네 숟가락에 뚝딱 비워낼 맛있는 비빔밥입니다.
그 사이 해물칼국수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더군요. 끓고 있는 칼국수를 한 가닥 젖가락질해서 맛보았으나 실패했어요. 아내가 다 익으려면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합니다. 대신 국물 맛을 보았죠. 이것도 역시 어디가든 실패하지 않는 그런 맛이더군요. 오늘 식사 장소를 참 잘 골랐습니다.
해물칼국수지만 해물이 푸짐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이 가격에 칼 같이 맞는 국수라며 아재임을 인증했습니다. 해오름해물칼국수, 굉장히 무난한 점심 한끼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왜목마을 나들이
이제 슬슬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식당을 나서서 이삼분 정도 조금만 가면 석문산이라는 곳에 가볼 수 있습니다. 일단 왜목관광지공영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왜목마을에 오시면 이 곳에 주차하는 게 편합니다.
우선 차량 네비게이션에 왜목관광지공영주차장을 검색하세요(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
주차는 물론 무료로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주차하고 차를 나서는 순간 거센 바람이 마중을 나오더라구요. 아침에 조금 손질해보겠다면서 만졌던 헤어스타일이 한순간 사라질 정도로 강했습니다. 공영주차장 바로 옆으로 석문산을 향해 오를 수 있는 길이 나 있습니다. 이 길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사진상의 길목을 눈으로 잘 봐두시길 바래요. 길 옆으로 숙박업소가 있습니다.
석문산은 산이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많이 낮은 언덕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저 5분만 걸어 오르면 되는 언덕같은 곳이니 부담없이 가보시길 바랍니다. 사실 이 곳을 오르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울창한 나무가 맞이하는 숲길 나무계단을 오르면 되는데요.
참고로 돌아 내려올 때 다시 세어보니 나무계단의 수가 364개 였습니다. 물론 하나가 부족하긴 하지만 이 계단을 365계단으로 불러보는건 어떨까요? 이걸 세어봤다고 하니 놀라는 저의 아내, 도무지 믿지를 않네요. 어쨋든 이 계단을 오르는 건 금방입니다. 자, 잠시 뒤 이런 풍경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산에 올라 바라본 왜목해수욕장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고요했습니다. 저희 주위에 아무도 없었기에 고요하다보니 잠시 명상에 잠긴 듯 하염없이 해수욕장을 바라보게 되더라구요.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운을 만끽했습니다.
이 곳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 네 개의 섬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좌측부터 매박섬, 국화도, 도지섬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네 개의 섬을 포착하지 못해 빠뜨린 건데요. 이 세개의 섬보다 조금 왼쪽에 한 개의 섬이 더 있었는데, 바로 우측 사진을 참고하시면 되겠군요.
저 섬이 입파도라는 섬입니다. 사실 제가 이 지역에 해박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어딜 가든 사전에 관련 지역 정보를 열심히 검색해본 뒤 아내에게 설명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아내는 또 그걸 무척이나 좋아하구요. 꽤 달달한 부부의 모습이죠?
이렇게 잠시 바다풍경을 살펴보다가 다시 석문산을 내려왔습니다. 마찬가지로 5~7분이면 금새 내려올 수 있는 곳이죠. 높든 낮든 관계없이 산을 내려올 때는 항상 걸음걸이를 천천히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내리막길에서 우리 관절이 상처를 받기 참 쉽거든요.
이제 해변으로 향해 걸어봤습니다. 이 날 하늘은 높고 파란 모습이 정말 최고였습니다. 왜목해수욕장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줄 미처 몰랐어요.
바람이 너무 세고 차서 해변을 걷는 것은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자칫 고뿔에 들기 딱 좋은 날씨였거든요. 요즘 같은 때 감기는 옳지 않죠. 가까운 카페로 가기로 했습니다. 금새 찾아낸 왜목마을에서 가볼 만한 좋은 카페는 바로 여기였습니다. 제가 알려드리는 동선대로 움직여보면 꽤 괜찮은 데이트 코스가 될 수도 있겠죠?
바다다카페
충남 당진시 석문면 석문해안로 133
영업: 매일 09:00~21:00
이 카페 앞에 주차 10대쯤은 가능해보입니다. 도로변으로도 주차가 일부 가능한 곳이구요. 파스타, 피자, 감바스 등 간편한 식사나 커피, 음료가 가능한 깔끔한 인테리어를 뽐내는 카페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해변을 바라보고 있는 좋은 자릴 갖고 있다는 점이겠죠. 해변 뷰가 무척 좋은 곳이었습니다.
바다다카페에서 바라본 바깥 바다풍경입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카페들은 이런 게 참 좋죠. 참고로 왜목마을에 가 볼만한 카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이 곳 외에, 해변 근처에 있는 건물 3층에 아트바젤이란 카페, 그리고 이 근처 쉼이란 이름의 카페 등 몇 군데 더 있긴 하지만 다른 관광지에 비해 카페가 많이 활성화된 것 같아 보이지 않더라구요.
사실 이 곳에 오기 전 두 군데 정도 더 가봤는데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아 다시 좀 더 찾아보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이 바다다카페 였습니다.
카페에서 맛본 음료는 라즈베리 스무디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였습니다. 아내와 음료를 마시면서 각자 블로그 포스팅 작성과 책보기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한시간여 흘렀습니다. 잠시 이 글을 작성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저희 아내가 그새 페퍼로니피자를 주문했더라구요. 포스팅하는 데 쓰라며 제게 사진을 건네주는 그녀는 역시 센스 만점 이네요.
피자는 따뜻할 때 먹어야 한다고 아내가 이야기 하니, 오늘 스토리는 이 쯤에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얼마뒤 피자가 언제 있었냐는 듯 자취를 감추고, 저희는 카페를 나섰습니다. 왜목마을 바다다카페 덕분에 여유로운 오후 한때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주말엔 충남 당진여행 어떠세요? 왜목마을은 괜히 요란스럽지 않은 곳 이어서 더 좋은 곳입니다. 제가 다녀온 것은 일요일 이었는데, 다가오는 월요일을 앞에 두고 마음이 심란할 땐 바다 풍경 속에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괜찮더라구요. 여기까지 왜목마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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