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미움받을 용기, 누가 읽으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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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움받을 용기, 누가 읽으면 좋을까?

by 보고톡톡 2020.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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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모티브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1870.2.7-1937.5.28)라는 인물은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계 정신의학자로 긍정적 사고를 강조한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입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5.6-1939.9.23)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으나, 이 책 <미움받을 용기>가 인기를 끌기 전까지만해도 아들러를 생소하게 여기는 분은 많았습니다.  

Again 미움받을 용기 ⓒ보고톡톡

 

심리학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이 둘 프로이트와 아들러에 더해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까지. 제가 파릇 파릇 어렸던 대학시절 참 많이 듣던 이름들입니다. 경영학부 전공자이나 유난히 타학부 과목에 관심이 많아 학점이 고르지 못했는데 그 중(학점을 잘 못받은) 대부분이 법학, 심리학, 영문학과 강의였습니다.

 

 

미움받을 용기

우리는 모두 변화를 원한다. 지금보다 더 자유로운 삶,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 지금보다 더 성공적인 삶. 하지만 우리는 쉽게 핑계를 대고, 쉽게 포기한다. 지금 나의 인생을 

m.yes24.com

 

#프로이트와 아들러

꽤 가까운 관계였던 두 학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원인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목적론을 내놓았습니다. 프로이트는 "우리의 심리적 상태가 형성된 것은 과거의 어떤 일에서 비롯된다"라는 견지로 현재 심리를 해석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대부분이 프로이트식 원인론에 매우 익숙합니다. 반면 아들러는 우리에겐 어떤 목적이 있었기에 그런 현상을 일으켰다고 해석합니다. 어떤 목적 혹은 이유가 있었기에 현재의 심리상태가 형성되었다. 이른바 목적론입니다. "뭐가 맞다" 식의 해석은 곤란합니다. 접근 방식의 차이를 사유하고 실용적으로 삶에 접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프로이트식 원인론을 우리 일상에 접목하면 다툴일이 없습니다.

깨알같은 부부 자랑입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하고 다툰 일이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상대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해 보일 때 '이 사람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혹은 '나의 어떤 말과 행동이 이 사람을 자극한 것일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신 가까이 있는 사람의 평소 이야기를 관심갖고 듣다보면 그런 추론이 일상속에 자동 반사식으로 반영되기에, 나중엔 대부분의 단골 다툼 소재를 맞닥드려도 별다른 노력 없이 쉽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매우 쉬운 일인데 다들 어려워합니다. 자주 다투는 부부들에게 서로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라 조언하지만 "니가 한번 살아봐라"식 입니다. 그럼 저는 "오랜 무관심이 현재를 형성했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아들러의 목적론에 보다 심취해 살아갑니다. 

이는 "현재의 내 심리상태를 형성한 건 그 누구도 아닌 과거의 내가 가졌던 어떤 목적성 때문이다"라는 해석 방식입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만약 내가 그 방식, 목적을 다른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면 내 현재의 마음, 기분, 상황도 바꿀 수 있을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고, 매우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 않습니까? 

 

알고 보면 둘 다 좋은 얘기
<미움받을 용기>를 보면 아들러가 프로이트식 원인론을 부정한 것처럼 묘사한 부분이 있는데 사실 이건 흔히들 범하는 '극적인 표현이 주는 오류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들러는 원인보다 목적을 강조한 것이지 원인론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이 둘의 해석 방식 모두를 참 유용하게 바라보고 있답니다.


#미움받을 용기, 누가보면 좋을까

아들러(Adler)라고 볼 수 있는 한 철학자와 세상과 자신에 대한 번뇌로 가득해있는 한 청년의 대화체로 구성된 이야기, 그래서 매우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을 오랜 기간 연구했다는 일본의 기시미 이치로(岸見一郎)라는 철학자가 원안을 담당했고, 1973년생 고가 후미타케(古賀史健)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몇 년에 걸쳐 기시미 이치로씨를 찾아가, 아들러 심리학의 본질에 대해 배워가며 집필한 책입니다. 

 

저는 5년 전 이 책을 처음 접하고 굉장히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분에게 적극 권하고싶습니다.


#수퍼맨병에 빠진 이에게

제가 잘아는 어떤 청년(A군)의 이야기입니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자립해야했던 A군은 자신의 수능 성적이 아깝지만 한등급 낮춰 대학을 선택해 소위 전액장학금을 받고 그 대학에 입학합니다. 이것 또한 학비 싼 S대에 갈 성적을 못낸 자신을 탓하면서 말이죠. 
대학생이 되더니 개인교습, 소위 과외라는 것을 주업으로 삼더니, 저녁마다 하루 두명씩 과외하러 다니던 A군은 이 일을 하며 너무 피곤해했습니다. 적당히 할 줄을 몰랐던 겁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성적이 자기 것인마냥 적당히 내버려두질 못했습니다. 학생들의 어머니들은 그를 너무나 좋아해서 소개에 소개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청년은 그렇게도 힘들어했던 그 일을 놓지 못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원서를 내는 기업체마다 모두 합격해 고민이 많던 A군, 당시 취업난에 허덕이는 친구들을 보며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첫 직장에 다니며 똥오줌 못가리고 바쁜 와중에서도 밤만 되면 친구들의 자기소개서를 받아 하루에 몇장씩 감수하며 교정해주기를 반복했습니다.

당신은 수퍼맨이 아니에요


하지만 정작 본인은 직장을 여섯번이나 옮겨다니며 쉽게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게중엔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외국계 1,2위 기업도 있었는데 이 친구는 만족을 몰랐습니다. 그렇게 K군은 자신의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직장을 옮겨다녔습니다. 대강 순응하고 적응하며 살 법도 한데 말이죠. 그러던 그가 결국 한 회사에 정착하더군요. 그 곳에서 그가 맡은 일은 그가 끊임없이 추구했던 잡(Job)과는 많이 다른 일이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이전과 다르게, 그는 곧 적응하며 그곳에서 오래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곳에서 청년은 늘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어했습니다. 자신의 일과 자신의 것이 아닌 일에 대한 구분도 없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시간과 체력으로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모두가 만족스러워할 결과물이 아니면 심야근무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완벽하길 원했습니다. 늘 피곤한 기색을 감추길 원했고 자상한 남편, 믿음직한 아들이길 원했습니다. (중략) 

 

어젯밤 만난 녀석, 둘이 같이 한참을 담장만 쳐다봤다. 꼼짝을 않더라. ⓒ보고톡톡


제가 너무 아끼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었습니다. 이 청년에게 이 책을 건낸 얼마 뒤 이런 얘길 들었습니다. 그간의 내가 나를 너무 들여다보지 못했다고. 행복하고 싶었는데 정작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며 살았다고. 타인의 삶을 산 것 만 같다고 말이죠.


#착함기피증을 가진 이에게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의 제목만 보고 "나는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나의 인생을 살거야"라고 쉽게 해답을 찾으며, 안봐도 다 아는 내용이라 얘기하는 분들에게 권합니다. 우리는 '착함' 또는 '선함'이 인정받지 못하는 세대에 살고 있습니다. 조카에게 "우리 길동이는 정말 착하네"라고 얘기했더니 "엄마가 착하면 안된대요. 영리하게 살아야한다고 그랬어요"라며 답하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착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한참을 알기쉽게 이야기했더니 아이가 귀엽고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엄마와 저를 왔다갔다 쳐다보더군요.

세상은 아이의 눈에서 가장 객관적이다. 아이의 눈을 왜곡시키지 말자. ⓒ보고톡톡

 

또 제가 잘 아는 청년의 이야기를 써봅니다.

카페를 운영하던 이 청년(B군)은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을 보면 참 여러가지 유형의 사람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 친구는 B군이 가게를 비우면 어김없이 계산대 위에 전공서적들을 몇 권씩 꺼내 펼쳐두고 도서관을 차린댑니다. CCTV를 보며 '참 열심이구나, 기특하다' 싶었는데, 손님이 와도 아랑곳하지 않길래 알아먹게 뭐라 했더니 듣는 척도 안한답니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 친구였다는군요. 어느 날 신제품 음료의 재료가 떨어진 걸 보고 왜 주문을 안해놨냐고 하니 "그건 안 팔릴 것 같아서 재고가 될 것"이라고 제 맘대로 단정짓고, 더 뭐라 해도 멘탈이 쎄서 듣는 척도 안하더랍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좋지 않게 끝났다는데 그 애긴 길어서 생략하구요.

그러면서 또 다른 알바생 얘기를 했습니다. 이 학생은 자꾸 귀찮게 이런 얘기를 자주 했답니다. "사장님, 여긴 프랜차이즈인데 다른 음료를 팔면 본사에서 싫어할까요? 제가 하나 팔아보고 싶은 레시피가 있는데요" 라고 말이죠. 매출을 올리고 싶다면서 상품 디스플레이도 조금씩 바꿔보고, 직접 손글씨로 안내문구도 써가며 매장관리에 열심이었다고해요. 누가 사장인지 헷갈린다는 말도 하더군요. 그 학생은 몇 개월뒤 퓨전일식집을 개업한다면서 퇴사를 했다고 합니다. 아, 난 놈이었구나.

《미움받을 용기》를 보시면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될 겁니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내적 갈등은 그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짐작하시겠지만 이 책은 공동체를 해치려는 용기가 아니라 나 그리고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담 착함기피증에 빠진 우리들이 착한 사람을 얕보거나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라고 다짐하는 것은 우리가 잘못된 용기를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서평을 쓴다더니 왠 꼰대글?

너무 많은 이들이 본 책이기도 하고, 내용을 상세히 적다보면 "안 읽어도 다 아는 얘기라고 할 사람이 태반인데" 더 읽을 것이 무에 남겠나라는 생각에, 서평으로 책속 내용은 간단히만 쓰기로 한 탓입니다. 사실 이 책을 5~6년만에 다시 꺼내 든 이유는 지난 2016년에 출간된 이 책의 속편 《미움받을 용기2》를 다시 보기위해서입니다. 아울러 제가 세상과 나를 들여다 보는 각도, 최소한 약 1도 정도는 그 틀을 고쳐 볼 수 있었던 이정표가 된 책을 소개하고 싶었나봅니다. 책 뒷 편에 쓰여진 것처럼  「당신의 가치관을 뒤흔들 새로운 고전의 탄생!」인지의 여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겨 봅니다.

-보고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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