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후회하니까 인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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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볼만한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후회하니까 인생이야

by 보고톡톡 202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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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겪는 구구절절한 후회의 소재들, 단순히 이불킥으로만 이어지면 다행인데 이게 습관으로 이어지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안 좋은 습관이란 게 상당히 끈적거리는 거라 먼지처럼 쉽게 털어내지지도 않죠. 베스트셀러 한 켠을 장식하고 있는 영국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한 여자의 후회의 순간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지은이 매트 헤이그Matt Haig라는 영국의 소설가가 쓴 작품으로 책 뒤편에 적힌 글귀를 보고 구입했어요.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누구나 되돌릴 기회를 선택할 것 같아요. 오래 전 인기리에 방영되던 주말 예능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볼 것 같기도 했구요.

 

찾아보니 1993년. 당시 개그맨 이휘재를 일약 스타로 발돋움 시킨 《TV인생극장》이라는 것인데, 지나간 과거의 한 기로로 돌아가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어느 것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연출되는 프로그램이었죠. 기억나시나요? 이휘재씨가 매 주 읊었던 대사 "그래! 선택했어!"를 말이죠.

후회하고 있습니까?

주인공 노라 역시 많은 후회 속에 살고 있더군요. 자신이 내린 모든 결정과 행동들은 악수이자 재앙이었죠. 가족들에 대한 후회도 많더라구요. 어떤 계기로 멀어지게 된 오빠에 대한 복잡다단한 감정, 자신을 소홀히한다고 여겼던 부모에 대한 원망과 미움들이 그녀를 끊임없이 쫓아다닙니다.

 

살아가며 그녀가 하고 싶던 모든 것들 수영선수, 뮤지션, 철학가, 빙하학자 등등 어느 것 하나 되지 못했습니다. 하다 못해 그녀가 아끼는 반려묘 마저 지키지 못한 괴로움. 먹고 살자고 꾸역 꾸역 다니는 직장에서마저 해고된 노라. 정신적으로 흐릿해져가던 노라는 죽음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말하며 노라를 만류했습니다. "죽음으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노라"

결국 죽음을 선택한 노라가 눈을 뜬 곳은 도서관. 책의 제목이 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인가 했더니, 바로 이 도서관이 그녀에게 《인생극장》으로 가는 통로가 됩니다.

 

걱정마세요. '스포'는 하지 않습니다 

어떤 책으로 가득한(도서관이니까 당연하겠지만) 이 도서관이 노라가 다른 인생을 선택하고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내가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인생으로 보내주세요", "내가 친구와 가기로 했던 오스트레일리아로의 여행을 갔던 삶으로 데려다줘요", "내가 그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지 않았던 인생으로 가게 해줘요" 와 같이 말이죠.

후회 말고 희망을 가지라고?

후회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누군가 이런 조언을 해온다면 저와 여러분은 뭐라고 얘기해야할까요. 맞아요. 쉬운 얘기가 아닙니다. 차라리 이렇게 얘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죠. "인생 별 거 없어"라고 말이에요. 그토록 살고 싶지 않고 원했던데로 죽게 해달라던 노라의 입에서 절실하게 "살고 싶어요"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도 연출됩니다.

 

처음부터 노라에게 해주고 싶었던 얘기였는데, 책속에서도 같은 글귀를 발견했어요. '한꺼풀 벗기고 보면 삶은 지극히 단순해. 즉 별거 없어'라는 말이었어요.

저는 어쩌면 우리가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몸도 마음도 생각도 너무 무거워서'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며 큰 기대를 가졌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낭패감 혹은 무기력에 노출되는 일. 본인은 너무나 큰 잘못 혹은 실수라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타인은 별로 개의치 않아 민망했던 일. 바래왔던 일의 성취로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며 쾌재를 불렀지만 하루 지나 눈 떠보니 세상은 변한 것 없이 너무나 잠잠해 짜증나는 날도 있겠구요. (잠시 사설이었구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어가면서, 저는 노라가 어떤 인생을 선택해서 정착하게 될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노라가 맘에 드는 인생을 찾게 되면 그 인생에 정착해서 살 수도 있는 컨셉이었거든요. 과연 노라는 자신의 어떤 인생에 만족감을 느끼고 정착하게될까요?

한 때 온갖 삶을 살았으나 지금은 보잘것 없다 여기는 삶을 살고 있다면 

《원데이》의 작가 데이비드 니콜스가 이 책에 대한 서평으로 이런 말을 남겼더군요. '후회, 희망, 두 번째 기회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주는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어보시라고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여러분 이 것 하나 만큼은 기억해주세요. 책이 인생 혹은 어떤 과제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진 않더라구요. 책이 주는 메세지를 느끼며 스스로 정답을 이야기하고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또 하나, 자책은 적당히

이 책의 초반 노라가 죽음을 선택하며 오빠에게 남긴 메세지가 계속해서 기억에 남더라구요. "이건 다 나 때문이야. 내 오빠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랑해. 잘 있어."라는 얘기였는데요. 저는 또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제발 오빠와 얘기 좀 해봐. 알고 보면 너 때문이 아닐 수도 있어' 라구요.

많은 책의 저자들이 이야기 합니다. '나의 인생은 내가 스스로 택한 것이고, 모든 일은 다 나의 선택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러니까 내 인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라구요. 하지만 우린 스스로에게 적당히 너그러워질 필요도 있진 않을까요?

여기까지. 지금도 어두운 방 한 켠에서 후회와 자책으로 '널부러져 있을'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메세지가 될 지 모를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고 난 후의 느낌들 중 일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여러분에게 오늘은 다분히 희망적이기를 바래봅니다. "후회도 적당히 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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