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제경영 도서 부문 화제의 베스트셀러 《부의 대이동》으로 유명한 작가,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이 쓴 《부의 시나리오》를 소개합니다. 2021년 6월 초 출판된 따끈따끈한 신간. 투자 포트폴리오에 초점을 두고 국제 거시경제의 흐름과 기초적인 경제 상식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 '리얼 경제 교과서'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책. 오건영 작가가 쓴 전작 <부의 대이동>도 바로 찾아보게 했을 만큼 말이죠. 그럼 <부의 시나리오> 주요 내용 같이 살펴볼게요.
■ 부의 시나리오, 책의 전반적인 흐름
1장과 2장에선 코로나19 이후 발표된 각종 경기부양책의 의미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3장에서는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의 개념부터 디플레 국면에서 탈출하기 위한 거시 경제 차원의 대응에 대한 이해를 이끕니다. 4장은 이 책의 핵심. 성장과 물가가 만들어내는 4개의 시나리오와 이를 분산투자와 접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 환경
1. 블랙 스완(Black Swan)과 회색 코뿔소(Gray Rhino)
'블랙스완'은 아무도 예상 못한 사건이 현실화되어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것을 의미하죠.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일단 현실화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 상황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용어.
'회색 코뿔소'는 이와 약간 대조적인 의미.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나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중국의 부채가 굉장히 큰 리스크이지만 표면화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상황을 '회색 코뿔소'의 일례로 듭니다. 결국 예상 못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블랙스완이 거대한 부채라는 회색 코뿔소가 있는 상황에 닥쳐왔다는 것이죠.
2. 위기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응
1) 국채를 사서 은행에 현금을 공급
2) 회사채를 사서 기업에 현금 공급
3) 통화 스와프를 통해 이머징 국가에 달러 공급
작년 2020년 3월에 우리 한국은행도 미국 연준과 600억 달러 상당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었죠. 이는 미국 연준이 우리 원화를 담보로 받고 달러를 제공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통화 스와프를 통해 연준이 신흥국의 통화 가치 불안상황을 해소하는데 기여한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유지하려고 하는 금리의 가이드라인을 기준금리라고 부릅니다. 한국은행은 2021년 5월 현재 기준금리를 0.5퍼센트로 유지중이죠.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어떻게? 초단기국채를 담보로 돈을 찍어내는 방식입니다. 한국은행의 경우 7일짜리 환매조건부 채권(RP, Repurchase Agreements)을 담보로 화폐를 발행합니다.
하지만 금융위기나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렵죠. 일반 시민이 금리인하를 체감할 수 있으려면 장기금리를 낮춰야합니다. 우리가 실행하는 대출은 대부분 1년 이상의 장기금리로 진행되니까요.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사들여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정책을 '양적완화'라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중앙은행이 회사채를 담보로 돈을 찍어내는 것을 질적완화(Qualitative Easting)라고 합니다. 중앙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나서는 정책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4. 투자 패턴의 변화
한국에선 '동학개미' 미국에는 '로빈후드'가 도처에 널렸죠. 코로나 이후 개인의 투자 성향이나 패턴에도 확실한 변화가 느껴집니다. 요약해봅니다.
1) BTD(Buy the dip)
떨어지면 사라. 시장에 큰 충격이 생기면 혼비백산하든 도망가던 개인들이 이제 변화했습니다. 금융시장의 충격이 결국 양적완화를 통해 해소될 거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학습효과일까요.
2) FOMO(Fear of missing out)
동참하지 않으면 소외된다. 말 그대로 소외되기 싫어서 너도나도 주식에, 가상화폐로 몰려드는 현상
3) TINA(There is no alternative)
임금 인상이나 금리를 통한 수익 증대를 꾀할 수 없다. 그래서 주식이나 부동산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의식이 팽배합니다.
4) K-recovery
큰 폭의 경제적 붕괴 이후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강력한 회복을 V자 회복, 상당 시간이 지나 회복세로 접어드는 것을 U자 회복, 일본처럼 장기간 침체로 접어드는 것을 L자 침체라고 합니다. 그럼 K자 회복은? 실물 경제는 지지부진하지만(\) 주식과 같은 금융시장은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는 회복의 양극화 현상을 의미합니다.
■ 우리나라의 금리 상황
1. 기준금리 인하의 부작용은?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여기에는 잠재적인 부작용이 있죠. 2008년 한국은행 기준금리 5.25퍼센트 였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0.5퍼센트! 제로금리에 가깝죠. 기준금리를 무한정 낮출 수만은 없습니다. 그 영향성을 간단히 살펴봅니다.
1) 금리가 내려가면 월세를 받는 자산의 투자 매력이 올라간다.
2) 주거비용 상승 : 공급자가 월세 주기를 선호하니 전세 수요는 늘고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금리가 내려서 이자 부담이 줄어든 대신 주거비용이 상승하는 역효과죠.
3) 저금리 장기화는 부채 총량 증가 : '영끌'을 유도하면서 주택 등 각종 투자자산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빈부격차와 자산시장 버블을 키울 수 있어요.
4) 금리인하로 인한 외국 투자자본의 해외 유출 상황 우려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기준금리를 무작정 낮출 수는 없음. 기준금리 인하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사라지는 하한선을 '실효 하한'이라고 하는데, 어디가 적정선인지는 고정된 공식이 있는 건 아니고 상황에 따라 그리고 다른 국가와의 금리 차이를 감안해 결정된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겠네요.
2. 한국은행도 양적완화 정책을 펼 수 있는가
한국은행은 2020년초에 국채 매입 규모를 기존 5조 원 미만 수준에서 11조 원으로 크게 확대한 바 있는데요. 코로나19의 충격 완화와 미국발 채권금리 불안의 국내 파급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어요.
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매입이나 미국 Fed의 양적완화나 같은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저자는 성격상 다른 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0.5퍼센트를 기준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환매조건부 채권을 시장에 팔아 시중 자금을 흡수해 기준금리 0.5퍼센트를 유지하려는 방식인 반면 미국 Fed는 기준금리를 0퍼센트로 내린 후 기준금리 목표와 관계없이 목표한 수량만큼 장기국채를 사들인다는 것인데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국채를 사는 것, 이게 양적완화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 대해
인플레와 디플레에 대한 기본개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데 거꾸로 보면 그만큼 화폐가치가 하락함을 의미하며, 디플레이션은 반대로 화폐가치 상승으로 인한 물가하락을 의미하는 것이죠.
1.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어느 것이 좋은 것?
'인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 보다 좋은 것이다'라고 무 자르듯 얘기한다면 경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물가변동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경기가 좋아져 소비가 늘고 기업 투자가 확대되며 고용과 소비가 함께 성장하는 현상, 즉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아주 건강한 인플레이션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반면에 이머징 국가에서 해외자본의 유출로 인한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입 물가 상승이 촉발되는 인플레이션도 있을 겁니다.
디플레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가 늘 수 있겠죠. 그럼 기업들이 생산 투자를 확대해 고용이 창출되며 이는 임금 상승과 다시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죠. 하지만 대개 이런 경우는 기술 혁신으로 인한 제품 가격 하락이 그 배경입니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같이 부동산 가격 급락 시 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 경기가 침체된 경우도 있는데요. 결국 이후 일본은 소비와 고용이 동반 위축되면서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져 버린 경우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부채수준이 나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계부채만 보면 2021년 3월 현재 약 1,726조 원으로 명목 GDP의 97.9퍼센트로 2019년 말 83.4퍼센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상승이죠.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이 안 오실 수도 있겠는데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만큼 가계와 국가부채가 심각한 수준인데요. 이런 과도한 부채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상황이 발생한다면 굉장히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결국 기준금리 인상과 소비침체, 고용 둔화 등 각종 부작용들이 즐비하게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2. 중앙은행이 돈을 계속 푸는데,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
이 부분이 상식적으로 알아두기에도 꽤 쏠쏠하게 재미있더군요. 어떤 이유들이 있는지 정리해봅니다.
1) 인터넷 플랫폼의 부상으로 가격의 최적화 경쟁 유발
2) 국제 유가의 하향 안정화 및 OPEC+로 설명할 수 있는 국제적 원유가 공조 추세
3) 좀비기업들, 즉 영업 계속성 측면에서 한계에 봉착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금리인하로 생명을 연장해가는 상황인데요. 공급 측 구조조정 속도가 느려지면서 제품 가격의 상승이 더뎌진다는 내용
4) 빈부격차의 확대 ; 과도한 부채로 소비 위축,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키우며 고용 창출이 안되고 소득과 소비의 둔화로 이어집니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법인세를 낮추는 정책을 편다해도 기업은 투자보다는 배당을 늘리는 포지션을 취하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5) 환율전쟁 ;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자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국가간 환율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제품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됩니다. 환율 경쟁 또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핵심 요인인가 봅니다.
6) 과도한 부채로 인해 금리인하에도 기조적인 저물가 압력이 발생
3. 고압경제(High Pressure Economy)란?
고압경제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넘어서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것은 결과물로서 얘기하는 것 보다도 목적성을 가진 정책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습니다. 실물경제를 뜨겁게 만들어서 수요를 폭발시키는 것이죠.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이라는 대의를 희생시키고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허용하는 것 즉 물가가 오르더라도 금리를 올리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네요. 왜 그러냐고요?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디플레이션에 절대적으로 빠지면 안 되는 시기에 취하는 포지션인 겁니다.
■ 핵심! 거시경제, 금리, 환율, 물가를 투자와 연결하자
주식 볼 때 거시경제지표를 같이 살핀다고 하면 요즘 같아선 모두 비웃을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경제에 대한 지식과 환경 분석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우리가 대부분 단기적인 수익 증대 즉 '단타' 혹은 단기투자에만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저자는 성장과 물가에 집중해 부의 시나리오 네 가지를 소개합니다.
1. 고성장·고물가 : 주식시장이 활발해지는 반면 채권시장은 울상이 되는 시점으로 2005~2008년 중국의 강력한 투자 성장 시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시기에는 주식 외에도 원유, 농산물과 같은 원자재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짐
2. 저성장·고물가 : 기업이 판매는 줄어드는데 제품 원가는 늘어나니 악재가 겹치는 시점. 당연히 주식시장은 악화될 수 밖에.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의 상황을 예로 들 수 있죠. 이런 시기엔 주식시장과 달리 원자재 시장은 굉장한 강세를 보이게 될 겁니다.
3. 고성장·저물가 : 주식시장이 환상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시기로 2017년이 그런 시기였다고하죠. 그런 시기가 다시 한번 오면 좋겠네요. 고성장 저물가 시기 주식은 얘기할 것도 없고 채권도 괜찮은 투자처가 될 것이며, 원자재나 금은 비추천.
4. 저성장·저물가 : 현재를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장이 정체되어 주식시장은 부진하고, 채권이 강하며, 원자재나 금은 부진할 수밖에 없음
그런데, 지금과 같은 저성장·저물가 시기에 주식시장이 매우 뜨겁습니다. 저자는 저성장·저물가 장기화 국면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충격 그리고 이 시점 전세계 중앙은행의 강력한 양적완화, '고압 경제'로 인한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저성장·저물가 시기 중앙은행의 강력한 역할을 전제로, 주식은 성장주 중심으로 초강세, 채권은 강세, 금도 양호한 자산으로 분류하는군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 시장이 앞으로 어떤 국면으로 흘러갈지, 예상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함을 역설합니다.
■ 오건영의 '포스트 코로나19 시나리오'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와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내수 확대 그리고 저성장 저물가 기조를 벗어나기 위한 국제적 공조라는 시나리오를 연결합니다. 이 부분은 키워드만 소개합니다. '성장주, 금, 금융주, 중국 자산, 달러'
사실 저자 오건영님이 이 책을 통해 제안하는 것은 '어디 어디에 투자하라'가 아닙니다. 경제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알기 쉽게 쓴 책이란 점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치 경제교과서처럼 말이죠.
워낙 친근한 어법으로 풀어쓴 느낌이라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어 좋았고, 여러 가지 경제 기사나 지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더 좋았고요. 특히 책의 말미 네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을 엿보고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한 힌트를 얻어가는 것 같아 감사히 읽었네요. 불확실성을 기회로 만드는 4가지 투자전략, 오건영 님의 《부의 시나리오》에 대한 소개와 내용 요약은 여기까지입니다. 책 읽기 귀찮지만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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